연휴라고 집안을 건사할 짬이 있어 좋다, 참 좋다.

구석구석 닦는 재미!

범버꾸살이는 따로 맞이준비 없이 그저 물꼬의 일상 흐름대로 지내기로 했다.

청소 미리 못했다는 얘기.


가마솥방 개수대 거름망부터 뜨거운 물로 부신다.

커다란 초에 쌓인 먼지도 붓으로 털어주기.

도구 하나 있으면 청소가 더 세밀한.

바닥 구석진 곳 여러 곳도 아주 엎드려 손 쭈욱 뻗어 닦기.

부엌 바닥은 대걸레질을 하기로.

이런! 걸레가 까맣다. 제발 쓰고 잘 빨아두자.

쓰기 위해 빠느라고 힘 먼저 뺐네.

빨래방에 가니 쓰고 둔 장갑이 널렸을세.

제발 장갑 좀 정리 하자.

간 걸음에 해먹을 매달다,

아이들이 그네로도 잘 놀 것이니.


이렇게 청소에 쓸 시간이 넉넉할 땐 뒤란도 가야지.

제발, 뒤란은 쓰레기장이 아니다.

김칫독에서 나온 비닐이 그대로 방치. 국물을 빼던 대야도.

제발, 바로 하면 수월할 것을, 이렇게 미뤄놓으면 일을 더 만들게 되는.

간 걸음에 덩어리 연탄도 몇 깨고.

뒤란 창고 옆 항아리도 닦아냈다,

그늘져 검은 때 얹히기 쉬운.

고래방 뒤란 리어카며 둘레 풀도 정리.


바깥수돗가 안도 들여다본다.

수도꼭지, 은행을 씻으며 얼룩진 저거 정말 어찌 안 되나.

박박 문질러보니 어, 정말 닦인다.

굳어진 때로만 알아 어쩔 수 없다고만 여겼던.

반질해졌다.

장독대도 지나온다.

항아리들을 닦았다, 송화가루 날리지만.

묵은 먼지와 송화가루는 다릉께.


학교아저씨는 운동장에서 예취기를 돌리고,

대문과 살구나무 둘레는 손으로 풀을 잡았다.


저녁답, 한지로 투명한 통 하나 꽃병으로도 만들었네.

아무렴 플라스틱을 보는 것보다야 나을 테지.


밤, 한 가정이 여행을 가는 길에 들렀다 갔다.

물꼬가 늘 마음에 있다 하니 고맙다.

내일은 열댓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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