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잔치였네.

학교 가마솥방에서는 식구들대로 청소에 바쁘고,

달골에서 사람들 맞으려 청소를 하느라 땀을 빼는데,

이웃 절집에서 스님이 바삐 찾았다.

행사에 쓰일 적당한 함박이, 꼭 나무 아니어도, 없는 모양.

찾는 딱 그게 이웃집에 있으면 좋을 산골살이.

시장이고 어디고 먼 이곳이니까.

“스님, 있어요!”


마침 초팔일, 모두 가서 이웃 절집에서 밥을 먹었다.

이런 날 인근에 사는, 서로 얼굴 익힌 적 없는 이들도

그 바람에 인사도 나누네.

성탄이고 불탄이고 종교를 가지지 않은 이일지라도

그 사랑과 자비를 되새긴다면 그게 거룩함일지라.

아이들은 탑돌이(아직 탑이 있는 것은 아니고 성수를 놓은 탁자)의 재미로

한 발 한 발 지신밟기처럼 즐거워했다.


학교로 돌아와 앉았다가 물꼬에 첫걸음한 이들 여럿이어 ‘물꼬 한바퀴’를 했고,

달골 올라 ‘아침뜨樂’을 걸었고,

햇발동에서 차를 마셨다.

“더 주세요.”

마구 달리고 있던 아이들이 찻상 앞에 앉자

고즈넉함을 달고 왔듯 차를 맛보더라.


달골을 내려오다 계곡에 들었네.

날도 참 좋다.

“옷이 없는데...”

무슨 걱정. 우리는 옷방이 있는 걸.

흠뻑 젖은 아이들이 보송보송해졌다.


저리 놀았으면 출출도 하리라.

가벼운 저녁처럼 빵을 구워 내는데,

캄보디아 젊은 선생이 부엌으로 들어와 같이 움직였다.

자신의 나라의 가난함에 대한 이야기가 길다가

그런 만큼 이 나라의 부유함에 대한 이야기 또한 늘어지다가

결국 가난한 나라든 부자 나라든 개인의 행복도가 문제가 아니겠냐는 동의.

그렇다!


김천에서 윤선이네 셋, 매곡에서 서아네 셋, 영동에서 유주네 둘,

그리고 캄보디아의 초등학교에서 연수를 온 여교사 둘,

마침 일어설 무렵 서울에서 수범이네 셋 들어왔다.

“무슨 이삿짐이셔요?”

곡주며 갖가지 과일이며 차 트렁크를 가득 채워왔다.


밤, 달골 창고동 난로에 불을 지피고 차를 마시거나 곡주를 마시거나.

한여름 같은 낮이어도 아직 기온 툭 떨어지는 산골,

잘 마른 장작이 들어간 난로가 마음도 데우는데,

수진샘과 형규샘은 물꼬에 아주 특별한 인연이 있다 한다.

“나중에 말씀 드릴 게요.”

오기 전에 보내온 메일에서도 언급 있었는데,

같이 재밌자고 그 사연을 미루어 본다.

어떤 인연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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