윽, 윽, 윽,

움직일 때마다 모두들 끙끙거렸다.

저녁 8시 달골에서 내려와 그제야 불 지피고 밥을 해먹었다.

형규샘네가 실어왔던 한 상자의 막걸리는 벌써 바닥을 보인다.

그러지 않고서는 도저히 고단들을 풀지 못하겠음직한 밤이었다.

상을 물리고 달골 햇발동으로 들어온 모두,

잠자리로 얼릉들 들어갔네.


아침 8시 가벼운 밥을 먹고 달골 마당에 모였다.

준한샘이 실어올 잔디를 기다리면서 마당의 풀을 뽑았다.

학교아저씨와 승목샘 연규샘, 아주 오랜만에 대해리에 들어온 기락샘과 류옥하다와 함께

잔디를 따라 ‘아침뜨樂’ 미궁으로 들어가 호미를 잡았다.

작두와 쇠스랑과 괭이와 글겅이와 낫도 있었다.

들머리에서부터 실어 올라가면 고달프기 이만저만하지 않을 거라고

준한샘은 어려운 길을 트럭으로 올라가셨다.

“이야!”

모두 감탄한 운전이었더라.

밥못과 미궁 사이 비탈진 곳부터 잔디를 심었다.

비탈 아래 쳐둔 도랑에 쌓였던 돌도 얼마쯤 북쪽 도랑으로 보냈다,

흙이 쓸려 내려가지 않도록.

다른 패는 미궁 안쪽으로 채우지 못했던 잔디를 깔기 시작했다.

다음은 앞전에 깔았던 부분을 이어간.


지난번 첫 잔디를 심던 날 같이 심은 편백나무들 상태가 위태롭다.

심고 바로 물을 충분히 주었으나 마르고 있다.

깐 잔디에 물을 줄 때

아래에서는 편백에 물을 주었다.

장순샘을 또 고마워라들 했네.

물이 수월하니 일을 얼마나 덜었겠는가.


힘썼다고 점심으로 닭을 삶았다.

닭장에 남아있던 마지막 닭이다.

다른 것 넣지 않고(통마늘도 없이) 불린 쌀과 실하게 오른 부추를 듬뿍 캐와 넣고 끓였다.

이렇게 맛날 수가 있냔다.

일하고 먹는 밥이 아무렴 아니 그랬을까.


더는 무엇도 뵈지 않는 저녁 8시, 비로소 달골을 나왔다.

요새 일을 시작했다 하면 8시가 예사다.

어디서 이런 젊은이들을 쉬 볼까.

물꼬가 또 고마워지는 순간.

가족들과 여행을 떠났다 돌아오는 걸음으로 들어온 연규샘,

여독도 풀지 못한 채 12시간을 움직였다.

먼저 느끼는 이가 먼저 움직이는 거, 그랬다.

환경을 망치는 주범이 제1세계들이지만 정작 그 폐해를 당장 입는 제3세계들,

그래서 제1세계에게 책임을 묻기 전 먼저 움직여야 하는 제3세계들처럼 말이다.

물꼬 살림을 누구보다 잘 알고,

그래서 때때마다 손발뿐 아니라 주머니까지 터는 그이다.

들어올 때마다도 저 먹을 거 꼭 싸 짊어지고 온다.

염치 아는 사람이기가 어린 나이에 어디 쉽던가.

그를 통해 또 배우나니.


힘이 좋다 하나 오랜만에 하는 노동이 쉽지 않았을 것을

제 곤함을 두고 류옥하다가 안마를 해준다.

비탈에서 하는 괭이질이 거칠만 했다.

무릎이 젤 벅차다. 뜸을 뜬다.

뜸을 사서 보냈던 벗이 연기에 아른거렸다.


“돌아오자마자 저희들은 쉬는데 옥샘은 바로 식사 준비하셔야 하고...

무엇으로 그리 움직일 수 있으세요?”

저 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힘,

그것은 생에 대한 당당함과 일의 기쁨과 어깨 겯는 동지들과 ...

그런 것들 덕이 아니겠는지.

그런데, 음... 그냥 하는 거다. 내 앞에 놓인 일이니까. 아니면 별 수가 없어서도.


내일도 아침 8시부터 모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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