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다. 고맙다. 절묘한 물꼬의 날씨라 부른다.
여러 날 잔디를 심었고, 심은 나무도 있다.
흠뻑 젖고 있다.
대선.
투표장에 갔다. 뭔가 허술한. 탄핵심판 이후 바삐 치러지는 탓도 있겠지만.
줄이 길고 비효율적이었다.
미리 번호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으로 구분하여 두 줄을 세워도 되련만.
무엇보다 장애인석도 없었다.
허리 굽은 할머니 한 분 지팡이에 의지해 아들과 왔는데,
좇아가서 참관인의 의자를 달라하여 앉혔다.
“미안시러버서...”
“무슨요. 원래 그렇게 하는 거예요.”
책임자에게 개선을 요구하고 나왔다.
대선을 앞두고 어제 문자 한 줄 넣었다.
‘어제 말리고 싶었습니다, 간곡하게.
그 어려운 자리를 왜 가시냐고.
아끼고 사랑하고 존경하는 까닭이었습니다.
몇 차례나 편지를 쓰기도 하였지요.
하지만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부디 대승하시기를. 그래서 국민의 여망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줄 수 있기를.
부디 건강 잃지 않으시기를.
OOO이 대통령인 자랑스런 나라에서 살기를 앙망합니다!’
범버꾸살이의 마지막 참가자 연규샘을 보내고
성주의 한 절집에 다녀왔다, 백련을 얻으러.
티벳불교를 만날 수 있는 곳.
커다란 비닐 봉투를 여럿 가지고 갔다,
그렇게 가득 채워하야는 줄 알고.
“금세, 못을 다 채워!”
몇 뿌리만 가져가도 된단다.
가운데 마디만 살아있도록 하면 된다고.
그림을 두어 점 그릴 일이 생겨 한 아뜰리에를 갔는데,
그릴 그림의 사진을 인쇄하느라 USB를 꺼냈겠다.
그런데, 그걸 뽑아놓고도 펼쳐놓은 그림 도구들 곁에 예쁘게 모셔두었네.
거기 오늘 밤 마감할 원고가 들었는 걸 집에 들어서서 랩탑을 켜며 알았으니.
그 밤에 인근 도시를 왔다갔다.
있었으니 다행!
경기도의 한 대안학교에서 물꼬로 올까 하는 들살이 조율.
미처 쓰지 못한 답메일 앞에 마침 전화가 들어온.
물꼬는 무엇을 할 수 있고,
그쪽 형편은 어떤지를 나누다.
USB를 찾으러 오가는 운전대에서 덕분에 통화 오래 길 수 있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