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날마다 풀을 잡고 있다.

여염집도 감당키 어렵다는 흙 마당 풀,

하물며 낡고 너른 학교로서야 제초제를 쓰지 않는 한 각오가 필요한.

게다 밭도 있는 걸.


주말 산오름 일정에서 그예 독도법을 익히다.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이라; 산은 스스로 물을 가른다.

산은 물을 넘지 못하고 물은 산을 건너지 않는다.

그것은 또한

산 없이 시작 되는 강이 없고 강을 품지 않는 산이 없으니 산과 강은 하나이다,

라고 의역되기도 한다.

두 능선 사이에는 계곡이 하나 있고, 두 계곡 사이에는 능성이 하나 있다.

이것들은 최종

“산에서 산으로 가는 길은 반드시 있고, 그 길은 오직 하나 뿐이다.”라는 말로 수렴되는.


많은 일이 그렇지만 해보면 또 아무것도 아닌.

선생님 한 분 모시고 사람들이 같이 배웠다.

내려갈 땐 능선의 분기점에서 길을 잘 잃는다더니

아니나 다를까 그 많은 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중심이다 싶은 길만 향해 걸어가

길을 놓치고 말았더랬네.

올라갈 때도 이 같이 계곡의 합류점에서 길을 잃기가 쉬우리라.


이틀 동안 숱하게 쏟아진 그 많은 말은 모르겠고,

지도정치(지도상의 방위가 실제의 방위와 일치하도록 돌려놓는 것)만 남다.

결국 독도법이란 가야할 방향을 찾는 일.

첫째, 지도정치 한다.

둘째, 내 위치를 확인한다.

셋째, 진행 방향을 결정한다.


내내 마음에 맺힌 일 하나, 부끄러움이었다.

얼마 전 오랜 품앗이 선생 하나 왔는데,

물꼬가 언젠들 그렇지 않을까만 쌓인 일들을 곁에서 며칠 하고 떠났다.

그런데 떠나던 그 아침,

나 역시 길을 나서야 해서 서둘러야 했다, 약속 시간이 빠듯했던.

무슨 대단한 시간도 아니고 사정이 있다면 미루지 못할 것도 아니었는 걸

약속을 지켜야한다는 벗지 못하는 강박.

나갈 준비로 서두르는데 그가 미처 손을 거들지 못했다.

설거지 까짓 거 물에 담갔다 나중에 하면 또 어떻다고,

집을 떠날 땐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또 다른 강박.

말이 좋아 성격이 깔끔한 거지 이런 것도 병이라면 병일.

근데 더 큰 병은 다음이었다!

짜증이 일어났던 거다. 이런!

그가 한 고생들, 그가 마음을 내고 이 산마을까지 와서 손을 보탠 것 다 잊고

그가 있어 든든했던 산골살이를 다 잊고

그 작은 한 순간(그것도 그는 그대로 사정이 있었을 것을) 인 마음이라니.

그에게 미안해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아, 내가 인간이 이렇구나,

그가 애쓴 그 숱한 날들 다 두고 쑤욱 하고 올라오는 서운한 마음이었다니.

사람의 마음이 그렇다. 아니, 내 마음이 그러하다.

돌보지 않으면 날뛰는 마음이라.

한참을 들여다보지 못하는 마음의 날들이고 있었네...

나 또한 역시 힘이 들어 그러했을 거다, 내게 채찍만 휘두르지 않고 보듬어도 주면서

그에게 일었던 순간의 마음을 사죄하고 사죄하고 또 사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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