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6. 9.쇠날. 맑음

조회 수 741 추천 수 0 2017.07.12 16:24:03


멧돼지 한 마리 달골 오르는 길에 등장.

지난 봄 새끼를 거느린 어미가 지나더니

그 새끼 자라 저리 홀로 어딜 가나보다.

“누구랑 살아요?”

더러 질문들을 하는데,

나? 식구가 많다.

멧돼지 둘, 족제비 한 마리, 너구리 하나, 고라니 둘,

고양이 둘(지난봄까진 하나였는데), 다람쥐 하나, 청솔모 하나,

곤줄박이 다섯, 쏙독새 하나, 검은등뻐꾸기 하나,

그리고 나를 순간순간 깨어있게 하는 뱀 한 마리.


어제오늘 두세 시간 자고 움직인다.

일이 그렇다.

팔자에 없이 연재기사를 맡은 덕에, 글 쓰는 일이 중심인 삶이 아닌께로

더 바쁜 안식년인.

사실 물꼬의 삶이란 게 안식년이 어딨겠는지,

사는 게 교육이니 사는 게 끝나지 않은 바에야.


성주의 한 절집에 건너갔다 오다.

지난번 연을 나눠주신 인연.

티벳 네팔 일로 나눌 이야기도 있고 해서.

차며 두루 또 나눠주시었네.

몸 살리는 일에 한 재주하시는 분이라

잠시 척추도 한번 펴주신.


늦은 밤, 붓을 빨고 들어오다.

잡은 지가 여러 날. 틈틈이 그려왔다.

그런데, 이 역시 보지 못한 교정처럼 아쉽게 접은.

지금은 더 끌고 갈 여력이 안 되네.

내일 이른 아침 집을 나서면

달날 오전 원고를 송고할 때까지 산마을을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

마무리를 해야만.

이럴 때 만만한 게 아무추어라는 말.

비전문가니까, 그렇게 선을 긋고 사진을 찍었다.

유화의 큰 장점은 언제든 엎을 수 있다는 거고,

언제 짬 되면 손볼.


존경하는 어르신 한 분의 글월을 받았다.

앞으로 글씁네 말 못하겠는 당신의 단아하고 깊은 글월이었다.

이번학기 움직임에 대한 관찰과 조언,

그리고 덧붙여 주신 말씀,

‘그런 면에서 집을 나서기 전,

마지막 거울을 반 번 보는 시간이 필요치 않을까 생각합니다.’

낯이 뜨거웠고, 고마웠다.

집을 나서기 전 거울 보기!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636 4월 물꼬stay 닫는 날, 2019. 4.21.해날. 맑음 옥영경 2019-05-20 17535
6635 2012. 4. 7.흙날. 달빛 환한 옥영경 2012-04-17 8173
6634 민건협 양상현샘 옥영경 2003-11-08 4812
6633 6157부대 옥영경 2004-01-01 4454
6632 가족학교 '바탕'의 김용달샘 옥영경 2003-11-11 4328
6631 완기의 어머니, 유민의 아버지 옥영경 2003-11-06 4278
6630 대해리 바람판 옥영경 2003-11-12 4255
6629 흙그릇 만들러 다니는 하다 신상범 2003-11-07 4241
6628 뚝딱뚝딱 계절학교 마치고 옥영경 2003-11-11 4210
6627 너무 건조하지 않느냐길래 옥영경 2003-11-04 4169
6626 이불빨래와 이현님샘 옥영경 2003-11-08 4153
6625 122 계자 닫는 날, 2008. 1. 4.쇠날. 맑음 /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8-01-08 4032
6624 출장 나흘 옥영경 2003-11-21 4027
6623 2008. 4.26.흙날. 바람 불고 추웠으나 / 네 돌잔치 옥영경 2008-05-15 3615
6622 6월 14일, 류옥하다 생일잔치 옥영경 2004-06-19 3585
6621 6월 18일, 숲 속에 차린 밥상 옥영경 2004-06-20 3519
6620 123 계자 닫는 날, 2008. 1.11.쇠날. 맑음 /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8-01-17 3505
6619 '물꼬에선 요새'를 쉽니다 2006-05-27 3463
6618 12월 9일, '대륙보일러'에서 후원해온 화목보일러 옥영경 2004-12-10 3399
6617 2007.11.24-5. 흙-해날. 맑음 / 김장 옥영경 2007-12-01 3329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