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해리는 비 많이 왔다문서요?”

“임산은 안 왔어요?”

“여기는 쪼금 오다말고...”

그랬구나. 연어의 날이 진행 되는 동안

안에서 하는 활동대에는 그토록 쏟아졌던 비가

불과 10km도 떨어지지 않은 산 아래 마을에는 그렇지 않았더란다.

“그토록 가물었는데, (연어의 날이) 정말 좋은 날이네!”

연어의 날 여러 선배님들이 한 이야기가 귀 뒤에서 들렸다.

 

이른 아침 류옥하다와 장순샘네 자두밭에 갔다.

자두를 따내기 시작하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까지 자두를 따낸 건 아니고.

따낸 자두를 상자에 넣어야 한다. 그 종이상자를 접는 일.

새삼 자두 하나가 내 손에 이르기까지를 되짚나니.

나무를 심고, 수분을 할 수 있도록 수분화도 같이 심어야 한다,

땅을 고르고 물을 주고 나무 심고 다시 물을 주고 거름 주고.

이듬해 제법 키가 자란 가지를 가꾸기 좋게 지줏대에 묶어주고,

그 사이에도 풀 베고 거름 주며 이삼 년 지나 수확하는 해를 맞는다.

가물었던 올해, 아침저녁 몇 시간씩 물을 주어야 했다.

자두 알을 1차 솎고 2차 솎고

그렇게 키워진 것을 드디어 따내기 시작하는.

따내서 다시 크기별로 선별을 하고, 등급별로 상자에 담고.

 

장순샘은 자두 수확을 앞두고 지난 쇠날

달골 아침뜨樂의 꽃그늘길 지줏대를 만들다 손가락을 다쳤다.

“박스 접어야 되는데...”

사람을 쓰기는 그렇고, 그렇다고 그 일만 주인이 붙잡고 있을 수는 없고,

농사일에 특히 그런 일 많다.

류옥하다가 붙기로 했고,

그렇지 않더라도 나 역시 이맘 때 내야 할 짬이었다.

손 보탠다 하고 한 해 몇 차례도 걸음 못하는.

“점심 먹으러 갑시다.”

“집에서 먹지, 뭘...”

손 다친 사람(에고, 이 찌는 날들에 씻는 건 어쩌나) 때마다 밥을 해주지는 못해도

걸음 한 김에 밥도 하고 집안 청소도 하자 한다.

행주도 삶아 널고, 양념통이며 구석구석 닦고.

다시 오후 상자를 접었다.

아침 8시가 넘어 시작했던 일은 저녁 6시에 접은 상자 천 개로 남았다.

아직도 더 나올 자두도 있고 복숭도 있으니 상자는 더 많아야 할 것인데...

 

연어의 날을 끝내고 하루를 더 묵은 수범네는 그 사이 학교를 떠났다.

시중을 들어야 하는 손님이 아닌 관계의 선이 고맙다.

돌아와 잠시 허리를 기대고 눈을 붙이는 결에 잠이 들어

자정에야 깼다. 밤잠을 다 자버린 거다. 행사독이 그렇게 붙어 있었던.

내리 자두밭으로 갔으니 곤하기도 했을 것.

농사일은 자주 그리 집약적이다.

손 보탤 수 있어서 고마웠고,

덕분에 아들과 같이 일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서도 좋았다, 때로 언성도 높이며.

우리는 다르고, 그렇다고 이야기를 나눌 수 없는 건 아니다.

나아가 그 이야기들이 서로를 넓혀주고 관계를 두텁게 한다.

 

연어의 날에 다녀간 모다 좀 쉬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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