눅눅하다. 그런 속에 한 발만 옮겨도 땀이 비인 양 흐르는 폭염의 시간.

공사가 시작되었다.

해야 할 공사, 할 공사로 물꼬의 시간은 공사 공사 공사의 시간.

공사기간은 35일(7.3~8.6)이지만

실제 작업하는 날은 1주일가량이면 될 거라 한다.

일이란 게 해보면 느는 시간 있으니 열흘?

2008년, 공사를 맡은 대표(당시 물꼬에 머문 목수)를 빼고는

직업적인 일꾼들을 부리는 일 없이 지었던 흙집이다.

특히 황토를 뭉쳐 던져 넣으며 쌓은 흙벽은

품앗이샘들이며 새끼일꾼들이며 안에 살던 아이며 식구들이 손을 보태 다 한 일이었다.

조금씩 틈이 벌어지고 아래가 꺼지더니

지난해 가을부터 심각하게 내려앉아 더는 쓸 수가 없었다.

또 가마솥방 안쪽 형광등 편으로 비새기도 여러 해.

2016학년도 겨울 계자를 겨우 치르고

옳다구나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안식년과 맞추자,

마침 해외에 머물러야 할 1년(결국 2018년으로 미뤄졌지만)과도 겹쳐

곳곳 공사하고 정비하는 해로 삼게 되었다.

둘을 더해 보수공사를 하기로 올 봄 교육청과 협의를 했던 바.


보수 일정이 늦어지며 새는 비로 흙벽 한 쪽도 참았던 눈물처럼 밀려나오기 시작했다.

좋은 날들 다 보내고 이제야 한다.

“어째 일을 그리하신대?”

서로 그리 여기지만 교육청의 일정은 이리 되었다.

모래가 부려지고, 가마솥방 지붕을 이울 지붕재도 내려졌다.

흙집 바닥을 철거하기 시작했다.

바닥은 허공이었고, 그 위로 나무 틀-합판-식판 같은 쇠-시멘트-타일,

습을 먹은 나무가 무게와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주저앉아버렸던 것.

비어있는 바닥과 사이를 가로지르며 지탱하던 썩은 나무를 보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인부들.

생각보다 일의 규모가 크겠다.

계획했던 것과 다른 방법을 찾아야할 지도 모른다.

우선 닥친 일을 한다. 헤집어 꺼내야 다음 걸음을 걸을.


청주에서부터 온 인부들이다. 가깝지 않은 길.

잠자리를 걱정한다. 달골을 내줄까 잠시 망설였다.

“잠은 집에 가서 자야지 편하게 자죠. 먹는 것만 어찌 되면 좋겠는데...”

밥을 사먹을 수 있는 면소재지는 차로 10분.

글피는 우즈베키스탄 출국을 위해 마을을 나서야 하니

사흘 낮밥은 여기서 드십사 한다.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일이지만 결국 물꼬 일이니 그쯤이야 어려울까.

일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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