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8. 7.달날. 맑음

조회 수 821 추천 수 0 2017.09.01 00:45:01


간밤, 억수비를 건너 대해리로 돌아왔다, 우즈베키스탄에서 보름을 보낸 끝.

흙집 보수공사는 열이틀 동안 사람의 시간을 잡고 막을 내려있었다.

공사 기간 동안 물꼬가 해야 할 결정은 류옥하다가 대신했다. 든든하다.

밤 10시 달골, 도착하자마자

창고동과 햇발동 사이 드나드는 현관 쪽 무성한 풀부터 뽑았다.

얼마동안의 학교에서의 움직임을 예감케 하는 풍경.


입추. 좋은 날이다. 좋은 계절로 들어가는 건.

그러나 간판은 가끔 우리를 현혹하고 우리는 사실 앞에 그만 축 힘이 빠지는.

아직 여름 속.

그래도 신기하기도 하지. 더위 기세가 다른.


일을 하고 들에서 돌아오는 저녁을 나는 사랑한다.

그것도 오래 만나고픈 좋은 벗이랑.

“모든 일정 끝내고 수료식 한 뒤 바로 물꼬로 갈게요.”

“그럼 나도 그 날짜 맞춰서 우즈벡에서 돌아오는 걸로.”

벗 하나 왔다, 소목 공부를 마치고 온 그는

좌등을 만들어와 물꼬에 주었다.

이렇게 답박 받아도 되나.

그간 자신이 만든 것들을 몇 곳에 나눠주고 있었다.

시간이 거기 담겨있음을 아다마다.


“옥교장 물꼬 있으신가? 올 때 됐다 했네.”

마침 물한계곡에 들린 시인 둘, 김석환샘과 양문규샘 들렀다.

“밥 먹고 가. 있는 반찬에 그냥.”

적을 두었던 대학을 정년퇴직하고 시골로 들어온 김석환샘은

무용과 교수님과 일행을 끌고 ‘학교 문 연 날’ 잔치에 손도 보태셨더랬다.

문학지 발행인 양문규샘은 지역의 큰 형님으로 두루 일을 살펴주시는.


사람들을 보낸 자리에 무열샘이 그랬다.

“(제가) 남들이 미처 못 보는 면도 있고...”

무슨 말인가 했다. 물꼬가 좋은 몇 가지 가운데 예를 드는 이야기

“예를 들면, 요새 안 그러거든요.”

찾아온 이들과 나누는 밥상 이야기이다.

고맙다, 알아줘서, 그런 일을 귀하게 여겨줘서.


밤,

오랫동안 민족 삶결을 살피고 동학 관련 일을 해왔던 달한샘도 건너왔다.

일을 해오는 동안 한편 외로웠노라고 했다.

아, 고개만 끄덕였지만, 나도 그런 게 있었고나.

고단했거나 외로웠거나.

다시 물꼬의 날들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16 97 계자 첫날, 8월 9일 달날 옥영경 2004-08-11 2049
6515 3월 8일 불날 맑음, 굴참나무 숲에서 온다는 아이들 옥영경 2005-03-10 2045
6514 126 계자 나흗날, 2008. 8. 6.물날. 맑음 옥영경 2008-08-24 2044
6513 2월 9-10일 옥영경 2004-02-12 2039
6512 3월 15일주, 꽃밭 단장 옥영경 2004-03-24 2036
6511 99 계자 이틀째, 10월 30일 흙날 맑음 옥영경 2004-10-31 2033
6510 돌탑 오르기 시작하다, 3월 22일 달날부터 옥영경 2004-03-24 2031
6509 3월 30일, 꽃상여 나가던 날 옥영경 2004-04-03 2030
6508 작은누리, 모래실배움터; 3월 10-11일 옥영경 2004-03-14 2029
6507 98 계자 이틀째, 8월 17일 불날 비 오락가락 옥영경 2004-08-18 2027
6506 111계자 이틀째, 2006.8.1.불날. 계속 솟는 기온 옥영경 2006-08-02 2022
6505 5월 4일, KBS 2TV 현장르포 제3지대 옥영경 2004-05-07 2022
6504 계자 둘쨋날 1월 6일 옥영경 2004-01-07 2022
6503 계자 세쨋날 1월 7일 옥영경 2004-01-08 2018
6502 시카고에서 여쭙는 안부 옥영경 2007-07-19 2012
6501 계자 네쨋날 1월 8일 옥영경 2004-01-09 2011
6500 4월 1일 연극 강연 가다 옥영경 2004-04-03 2008
6499 8월 1-4일, 배혜선님 머물다 옥영경 2004-08-09 2005
6498 6월 6일, 찔레꽃 방학을 끝내고 옥영경 2004-06-07 2000
6497 128 계자 닫는 날, 2009. 1. 2.쇠날. 맑음. 맑음 /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9-01-08 1999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