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9. 9.흙날. 약간 흐림

조회 수 913 추천 수 0 2017.10.18 01:05:04


오전, 어제 운동장을 다 벤 보행예초기는 달골로 다시 올라왔다.

아침뜨樂 다닐 수 있는 곳은 다 돌았다.

겨울 오기 전 마지막 풀베기일 테다.

“샘, 이제 가져가도 돼요!”

장순샘네서 빌려왔던 것.

풀일을 마친 무산샘 바삐 밥을 먹고 비워둔 집을 살피러 떠나고,

그 자리로 식구들이 또 들어와 밥상에 앉았다.

안식년에도 끊임없이 사람이 흐르는 물꼬이다.


마리네이드를 만들다, 점주샘이 알려주었던.

지난 7월 중순에도 사람들이 한껏 들여온 방울토마토가 넘쳐 만들었던.

지금은 물꼬 밭에서 쏟아져 나온 것들.

굵은 토마토만으로도 샐러드용은 충분하니.

지난번엔 데쳐 껍질을 벗겼는데, 이번에는 껍질도 먹기로.

십자모양 칼집 내어 끓는 소금물에 데친 후 건지기만.

양파 다지고, 발사믹식초에 레몬, 설탕, 후추, 올리브유,

이번에는 바질 대신 달골 햇발동 앞 민트 다져넣기.

이게 펌퍼니켈이랑 먹으면 그만이란다.

그 왜 호밀 가루로만 만든 식감도 거칠고 밀도도 높고 무게도 무거운 독일빵.

오늘은 그저 샐러드로 내어 입맛을 돋우도록.


OO 형님이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라는 소식을 듣는다.

아는 사람은 아니다.

어떤 이가 보내온 글월 가운데 나온 문장이었다.

당연히 내 방점은 누구가 아니라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데 있었다.

이제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이를,

한 때는 같은 하늘을 이고

심지어는 마주앉아 차를 마시거나 걷거나 했던 이를 꼽자면 손가락이 모자라다마다.

그런데, 때로 우리는 산 사람도 그리 보낼 때가 있다.

내게서 떠나간 어떤 이는 살아있으나 이 세상 사람이 아니기도 한다.

오늘은, 분명 살아있으나 내가 사는 세상에서는 살지 않는 한 사람을 생각했다.

그리고,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니 더는 애닯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도 또한 했다.

부디 모두 그만 아파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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