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잎이 툭툭 떨어져 내렸다. 번화하고 곱다.

달날 정오를 지나면서 서서히 비가 그었다.


달골 집짓기 일정을 앞두고 민수샘도 건너왔다,

원주 현장에서 예정보다 일이 길어져 이제야.

제주도 현장으로 옮아가기 전 물꼬 일정을 짜보자는데.

바깥에서 시영샘을 중심으로 일이 되도록 상황을 만들어 보고는 있는데.

가장 큰 문제야 경제범주 아니겠는가.

민수샘은 수박 같은 배를 한 상자 실어왔다.

“무슨 배가 집채야?”

이게 망하는 길이라지.

이런 배를 내놓으려 하니,

그렇게 상품을 만들기 위해 가할 힘들은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

더 좋은 거, 더 큰 거, 그런 것이 불러오는 해악은 또 얼마일 것이냐.

장순샘도 두어 주 만에 얼굴 보이다.

새로운 인연을 만나 바쁜 그네이다.

오랜만에들 모였다고 두 사람은 같이 나가서 송어회를 실어왔다.


내년 한 해 바르셀로나행 준비로 갈 서류들이 있는데,

교무실 전송이 먹통이다.

쓸 일 별 없다가 이렇게 쓰려면 꼭 말썽이고는 하는.

하기야 멈췄다 움직이기 더 어려울 수도 있을.

일하던 놈이 일하기 쉬운 것과 다르지 않으리.

아무도 쓰는 일 없는 마을회관 것까지 인터넷이 안 된다.

그나마 다행, 면소재지 나가서 한 곳에서 보낸.

이가 없으면 잇몸, 어찌 어찌 일은 또 된다.


이웃 절집에 차를 세우고 잠시 인사를 넣는데,

이런! 자동차 배터리가 방전.

들어오던 샘들이 긴급출동 부르기 전 좇아왔네.

마침 장순샘 차에 점프선이 있더라.

“옥샘네랑 친해야겠네.”

자주 그리 그리 되는 물꼬 일들이니.


엘리사 다운 감독의 <The Black Balloon>(2008).

장애우가 있는 가족 이야기.

자폐 형을 둔 동생의 시선이 중심이니 성장 영화라고도 볼.

화사할 수 없는 일상이 화사한 풍경 속에서 관계의 화사함까지 끌어내주는 과정을 담았다.

장애우를 ‘한 사람’으로 바라보는 일이 계몽적이나 결코 구호가 아닌,

일상 속에서 얼마나 자연스런 일일 수 있는지를 태연하게 보여주는.

(특히 엄마의 표정과 반응은 특수교사이기도 한 나를 들여다보게 하는.

엄마는 행복했다! 아, 물론 지치고 고달픈 시간들이 함께하지만.)

장애 남동생을 둔 누이를 초등 4학년 때부터 중학생이 될 때까지 가르쳤고,

결혼하고 이혼하는 과정까지 지켜보았더랬다.

결국 가정 안에서 거두는데 한계를 느꼈던 가족은

장애인 그룹홈으로 남동생을 보내야했다.

사회가 할 일을 한 가족, 혹은 가족 한 사람에게 내모는.

사회가 왜 그들을 살펴야 하느냐고?

왜냐하면... 우리가 아프면 어디를 맨 먼저 살피던가. 아픈 그 곳!

가장 아리고 약하고 여린 곳을 먼저 살피는 것이 당연하잖겠는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636 4월 물꼬stay 닫는 날, 2019. 4.21.해날. 맑음 옥영경 2019-05-20 17613
6635 2012. 4. 7.흙날. 달빛 환한 옥영경 2012-04-17 8213
6634 민건협 양상현샘 옥영경 2003-11-08 4858
6633 6157부대 옥영경 2004-01-01 4504
6632 가족학교 '바탕'의 김용달샘 옥영경 2003-11-11 4376
6631 완기의 어머니, 유민의 아버지 옥영경 2003-11-06 4322
6630 대해리 바람판 옥영경 2003-11-12 4306
6629 흙그릇 만들러 다니는 하다 신상범 2003-11-07 4281
6628 뚝딱뚝딱 계절학교 마치고 옥영경 2003-11-11 4257
6627 너무 건조하지 않느냐길래 옥영경 2003-11-04 4213
6626 이불빨래와 이현님샘 옥영경 2003-11-08 4192
6625 출장 나흘 옥영경 2003-11-21 4075
6624 122 계자 닫는 날, 2008. 1. 4.쇠날. 맑음 /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8-01-08 4067
6623 2008. 4.26.흙날. 바람 불고 추웠으나 / 네 돌잔치 옥영경 2008-05-15 3652
6622 6월 14일, 류옥하다 생일잔치 옥영경 2004-06-19 3621
6621 6월 18일, 숲 속에 차린 밥상 옥영경 2004-06-20 3554
6620 123 계자 닫는 날, 2008. 1.11.쇠날. 맑음 /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8-01-17 3542
6619 '물꼬에선 요새'를 쉽니다 2006-05-27 3501
6618 12월 9일, '대륙보일러'에서 후원해온 화목보일러 옥영경 2004-12-10 3433
6617 2007.11.24-5. 흙-해날. 맑음 / 김장 옥영경 2007-12-01 3369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