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을을 삼키는 안개로 열린 아침.

집짓기 우두머리 동현샘은 복귀하면서 사람 하나 데려오다.

아무래도 무산과 물꼬 사람들 오가며 보태는 손으로는 일이 안 되겠는 모양.

그렇게 상수샘이 대전에서 왔다.

현장은 조각나무들로 지펴진 불로 시작한다.


세 끼 밥, 두 차례 곁두리, 곡주상이야 저녁상에 잇댄다지만

달골과 학교를 오르내리는 것도 쉽잖은 일이라.

7시에 먹는 아침은

베트남 쌀국수나 멸치 쌀국수, 누룽지 가운데 취향대로 햇발동서 먹기로.

날이 차고 꾸물거리기 오후 참은 어묵탕을 끓여 학교에서 실어갔다.


오늘은 서까래를 걸었다.

하오 비 잠깐 내렸다, 현장 일이 중단되지 않을 만치.

내일 손을 보태기로 한 류옥하다가 저녁답에 들어오고,

해날에는 대전에서 웅재샘과 종일샘이 건너오기로 했다,

설비를 맡을.


틈틈이 저장음식들을 만든다.

집짓는 현장이 돌아가니 가서 내내 붙어 일을 같이 하는 것도 아닌데

좀체 틈이 없다. 달골에서 모두 같이 묵고도 있어.

저러다 다 썩히겠다, 남은 사과들 죄 꺼내 잼을 만들다; 7kg.

다녀가는 이들 인사로도 요긴하기도 하지만 당장도 먹을.


하오 곁두리를 챙겨주기 전 면소재지 달려갔다 오다.

농협 대출 관련 보강해줄 서류 때문에 면사무소에서 나간 참.

(일이 이러면 조옴 좋은가. 오래 지역에 살면 이런 편의가...

일단 과정은 진행하고 못다 갖춘 서류를 사후에 보충하는 것으로.)

한 어르신 만나다.

무슨 봉사단에서 일하시는 당신은 해마다 연말 선물을 물꼬에도 잊지 않고 놓고 가시는데,

여러 해 만에 뵌.

멀리서 가까이서 살펴주는 그늘에서 늘 사는.


흐릿했던 하루가 언제였더냐싶게 보름달 둥실.

사람들이 잠자리로 들고 마당에 내려섰다.

집을 짓기 시작하고 근 보름, 나는 ‘그’도 잊고 있었다.

그를 생각하지 않는 날이 있다는 것에 놀랐다.

사람은 그렇게 산다. 잊으면서 잊히면서. 그리고 누군가를 또 만나면서.


손목 안쪽 위가 가렵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퉁퉁 불어가고 있었다.

현장에서 움직이다가.

벌레를 잘 탄다지만 이 계절에도.

병원에 갈 짬이 없어서도 더 붓기 전 손을 봐야겠는.

물린 부위 피를 좀 뽑았다.

부엌일이며 움직임이 많을 때, 서둘러 가라앉아얄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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