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 4.흙날. 맑음

조회 수 680 추천 수 0 2018.01.06 18:34:30


집 짓는 일을 거들러 들어온 류옥하다를 비롯 모두 7시 밥상 앞에 앉았다.

주말마다 사람들이 붙어가며 일이 될 것이다.

지난달 21일 터를 팠고 기초하고 골조 세우고

이제 벽체작업 중.


현장에서 잘라진 나무들이 버려지기 쉬워 한쪽으로 모으다.

당장 쓰지 않으면 아침마다 피우는 불에 쓸려갈 판.

한동안 의자를 좀 만들어야겠네.

현장에서 잠시 다리쉼을 하거나 곁두리를 먹을 때도 잘 쓰일.

좀 더 다듬는다면 내리 쓰일 의자로도 나쁘지 않을.


검정고시 문의가 있었다.

안식년에도 학교로서의 물꼬의 기능은 계속되는.

더러 메일로 교육상담도 계속되는.

이 산마을에서 9학년까지 엄마 일 돕고 농사일 거들던 아이가

고교를 제도학교로 가며 검정고시를 치기도 했던 바.

검정고시를 준비하며 아이들이 집중학습을 하기 위해 물꼬로 들어오기도 했던 바.

마침 고교를 가며 검정고시를 봤던 류옥하다가 들어와 있기 직접 통화토록.

자신의 일은 자신이 가장 잘 알 것이므로.


함양에서 고구마가 왔다.

무산샘의 벗 경재샘이 있는, 사과가 왔던 곳이다.

그렇게 또 성근 산골살림을 채운다.

키우고 거두고 보내는 것 하나도 다 일임을 모르지 않는 이곳이라

고맙기 더한.

뜻밖에 윤실샘으로부터 온 택배도 있었다; 전기주전자

지난번 다녀가며 말을 잘 듣지 않는 달골 걸 본 게다.

사실은 그 사이 고쳤는데.

마침 학교에서 쓰는 것이 이제 말썽이네.

당장 바꿔주다.(학교 것도 역시 해체해서 고쳐 여유가 생겼네.)

그에게, 그곳에, 무언가 필요한 걸 살피고

그걸 챙겨 사서 보내는 일이 인터넷으로 클릭 한 번에 된다지만 천만에!

컴 켜야지 찾아야지 골라야지 결제해야지....

하기야 컴맹 가까운 산골 할미한테만 쉽잖은 일이려나...

여튼 마음 쓰기, 그리고 몸쓰기가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님을 안다, 고맙다는 말.


저녁상을 물리고 사람들을 올려 보내고

남은 사과로 마지막 잼도; 4kg

서둘렀더니 외려 밤 시간이 한갓질 수 있었네.

그렇다고 밀린 교무실 일이 되지도, 그렇다고 물꼬 소식 하나 전하는 일도 손이 안 잡히는.

영화 파일 하나 열었다. 보다 말았던 한 편; 단막극 <눈길>

위안부 문제를 다룬. 어둡더라.

보진 못했지만 무거운 주제를 일상에 잘 담아낸,

그래서 이런 문제를 다루는 영화 방식의 전범이 되어주는 <아이 캔 스피크>를 챙겨 보고픈.

끓어오르는 분노; 세상 그 무엇으로도 보상이 가능하지 않은, 대체할 수 없는 일이지만

특히 당사자가 고려되지 않은, 당사자가 없는 위안부 합의는 결코 합의일 수 없다!

제목 때문에 이청준의 단편 <눈길>도 함께 생각했네.

근대화(?)에 밀린 아들의 발자국과 조국이 지켜주지 못했던 딸의 발자국,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귀향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동일할.

지켜야 할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도 힘이 필요할.

단단해져야겠다 결심하게 되는 또 한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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