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는 작은 해우소 뒤란 비닐이며를 쳤고,

달골 집짓는 현장은 어제 하루를 쉬고 다시 가동,

마무리 못했던 징크 지붕이 이어졌다.

전봇대는 세워졌는데 계량기가 더뎌 오늘 다시 한전에 전화 넣었다.

4주도 짧다는 전기 신청 후 대기인데

눈 오면 쉽잖은 현장인데다 당장 단열재 폼을 쏘기 위한 큰 전력이 필요하니 더 서둘러주십사.

낮밥을 물리고 오늘부터 위탁교육을 들어올 보육원 식구들을 기다리며 재봉질을 했다.

현장사람들 찢어진 바지며 떨어진 허리끈이며들을 수선해주었다.


때마다 해 나고 비 내리고 바람 불고 눈 내리는 절묘한 날씨처럼

물꼬의 흐름들도 그러할지니.

집짓는 일정에 어디 위탁교육이나 할까 싶더니

주말 산오름 암벽등반 마지막일정을 끝내니 아이가 왔다.

학교에서도 결국 손을 놓고 말았다는데,

무엇도 하겠다는 게 없는 열다섯 살 아이는 그래도 오고 싶은 곳이 물꼬.

그래서 오라고 했다.

지난 4년 간 이미 몇 차례 물꼬에서의 치유일정을 거쳤고,

그때마다 돌아가서 잘 지낼 수 있는 날도 길어졌더랬다.

보육원측에서는 내년 2월까지 물꼬에 머물렀으면 하고 바랐으나

여기 사정이 여의치 않으니.

그렇게 보름을 머물기로 하고 왔다.

주뼛거리던 초등 5년 사내아이는 지금은 키가 훌쩍 큰 열다섯 형님으로.

“알지? 여기서는 약 안 먹고 지내보자.”

ADHD 하얀 알약은 치워두고.

아침마다 수행으로 열고 치유상담하고 일하고 쉬면서 지낼.

하루 이틀 보낸 뒤 더하고 빼며 시간흐름을 잡을.


달골 햇발동에서 모두가 머문다.

좋은 어른들이 아이 곁에 지내게 되어 고맙다.

우두머리샘 상수샘 무산샘이 오신님방 시방 바람방을 하나씩 차지하고,

쓰고 있던 하늘방을 내주고 거실로 잠자리를 옮긴다.

별방이 없지 않으나

그 방까지 보일러를 돌리면 아무래도 에너지가 밀려 전체적으로 온도가 떨어지는.

이제는, 가끔은, 사람들이 찾아들어도 비워주지 않아도 되는

안정적인 방 한 칸쯤 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들기도.


달골 심야전기보일러의 여섯 개의 차단기 가운데 하나를 엊그제 바꾸었는데,

또 다른 게 내려갔다.

현장 사람들이 있지만,

종일 일하고 고단할 것.

홀로 가서 바꾸다가!

전기가 흘렀네. 감전이라. 밤이기 전체 전원을 내리지 않았던.

낮이라고 짬이 쉬운 것도 아니니 다들 멈춰있는 밤이 낫지 하고 손대다가.

산골 겨우살이 서러움 혹은 고단함 같은 것이 갑자기 튀어나와 눈에 물기 차오르게 했더라.

사람, 세상 떠나는 일도 잠깐이라지.

오늘은 다시 사는 밤이 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6614 계자 세쨋날 1월 7일 옥영경 2004-01-08 2120
6613 계자 네쨋날 1월 8일 옥영경 2004-01-09 2112
6612 운동장이 평평해졌어요 옥영경 2004-01-09 2200
6611 계자 다섯쨋날 1월 9일 옥영경 2004-01-10 2266
6610 계자 여섯쨋날 1월 10일 옥영경 2004-01-11 2241
6609 성현미샘 옥영경 2004-01-11 2552
6608 계자 일곱쨋날 1월 11일 옥영경 2004-01-12 2178
6607 계자 여덟쨋날 1월 12일 달날 옥영경 2004-01-13 1841
6606 계자 아홉쨋날 1월 13일 불날 옥영경 2004-01-15 1802
6605 계자 열쨋날 1월 14일 물날 옥영경 2004-01-16 2310
6604 계자 열 하루째 1월 15일 나무날 옥영경 2004-01-16 2171
6603 계자 열 이틀째 1월 16일 쇠날 옥영경 2004-01-17 2337
6602 계자 열 사흘째 1월 17일 흙날 옥영경 2004-01-28 1804
6601 계자 열 나흘째 1월 18일 해날 눈싸라기 옥영경 2004-01-28 1921
6600 38 계자 갈무리날 옥영경 2004-01-28 1683
6599 새해, 앉은 자리가 아랫목 같으소서 옥영경 2004-01-28 1812
6598 푸른누리 다녀오다 옥영경 2004-01-29 2585
6597 눈비산마을 가다 옥영경 2004-01-29 2376
6596 39 계자 첫날 1월 26일 달날 옥영경 2004-01-29 1797
6595 39 계자 이틀째 1월 27일 불날 옥영경 2004-01-30 2062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