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저녁부터 내리던 눈은 새벽에도 멈추지 않았다.

달골 이 끝에서 저 끝까지 눈을 치우다.

처음이다.

그래야 차가 오갈 수 있으니.

그간 눈이 오면

얼기 쉬워 다니기 가장 어려운 지점인 창고동 들머리 마지막 휘도는 길만 쓸었다.

그리고는 차를 계곡에 두고 다니기.

어쩌다, 청소년 계자라든지, 사람들이 모이더라도

사람이 걸을 길만 오솔길처럼 쓸었던 눈길.

무산샘과 동현샘이 너까래를 만들어 밀고

아래서 학교아저씨가 쓸어오기도.

위탁교육 닷새째, 아이랑도 비를 들고 햇발동 앞과 짓고 있는 willing house까지 쓸다,

해건지기를 한 뒤.

눈은 계속 내리고, 펑펑 내리고,

오전 공부를 하는 사이 나가서 비질 위로 또 비질을 하였다.

“힘은 드는데... 좋다, 눈 오니!”

그렇다.


단열재 폼 차량이 간밤 미리 들어왔기 망정이지 일이 안될 뻔하였다.

점심은 치워진 길로 내려와서들 먹고,

시간에 쫓겨 한 사람은 내려오지 못했기 도시락을 싸서 올려 보냈다.

(명진샘과 명배샘, 형제가 하는 단열재 사업이었다.

이런 일들-건축현장이라든지 몸을 쓰는 일들- 다른 사람 써서 인건비 대기 어렵다고.

결국 부모형제가 하기 쉽다고.)

종일 쏘았던 폼 일이 끝나고 차가 떠날 무렵,

우리는 다시 빗자루를 들고 나갔네.

그쳤다 싶더니 어느새 또 날리는 눈.

가슴 졸이며 차가 빠져나가다.

형은 운전을 하고, 동생은 앞서 걸어 내려가며 길을 살피고.

무사히 빠져나갔다는 소식 들어온!


눈이 많이 내렸기 달골에서 저녁을 먹기로 하다.

국수며 누룽지가 준비되어 있기도 하고,

마침 올려주었던 낮밥 광주리가 손도 대지 않은 채 남았기도 하여.

눈에 갇힌 시간은 그 시간만으로 동굴 같은 명상공간을 만드는 듯한.

눈 내리는 깊은 산속, 아무도 찾아들 리 없는 곳에 동굴이 하나 있었다.

동굴은 밝고 따뜻해서 마치 따뜻한 물에 유영하는 다사로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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