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권에 비 엄청 온다고, 대해리에 눈 많이 안 내리냐 전화들이 들어왔다,

집을 짓고 있는 줄, 대해리의 겨울이 험하고 거친 줄 알고들도 있어 걱정들을 담아.

집짓는 현장은 쉬기로 한 날.

달날 저녁에들 샘들 들어오기로.


집짓는 현장에는 유리를 재려 들어왔다.

다락방은 통유리. 다행히 이웃마을 형님이 아는 후배를 소개해준 바

다른 이윤 없이 인건비만 받고 해주기로.

단열재 폼 결제도 오늘.

몇 백, 돈이 돈이 아니다.

집 하나 짓는 데 무슨 돈이 이리 많이 들어간대...

아니, 집이란 게 벽 있어 바람 안 들고, 지붕 안 새고, 방바닥 따수우면 됐지...

어쩌면 건축에 가장 많은 인간의 욕망과 허영이 들어가는지도.

시공자와 재료 문제로 혹은 배치 문제로 자주 씨름이.

대개의 경우 선택지를 주면 대부분 비싸고 좋은 것을 선택하기 마련이라나.

유행을 좇기도.

“건축주들이 없다 없다 해도 어떻게든 다 돈을 만들어 내요.”

시공자가 그간 만났던 건축주들에 대한 선입견을

물꼬에서도 적용시키고 있는 모양인데.

우리는 시작부터 대출로 시작한 집짓기였다.

게다 유행 말고, 욕망 말고, 자랑질 말고, 화려함도 말고,

그저 작은 집 하나 원한다.

“스윽 둘러보는데 아, 좋다, 예쁘다, 그런 집 말고

그저 눈이 그냥 지나치는 집!”


위탁교육 엿새째.

오늘은 우리도 하루 쉬어가기로 한 흙날.

읍내 나가서 머리도 자르고, 장도 보고.

아이는 제 용돈으로 샘들 선물도 샀다.

돈 쓰는 게 그렇게 쉬웠어야. 몇 만원이 잠깐이더라. 아이가 여는 지갑에 깜짝 놀랐네,

좋아하는 사람에게 뭔가 준비하는 그 마음이야 헤아리지 못할 것도 없다만.

그만한 돈을 벌기 위해 사람들의 움직임은 또 얼마만큼이던가.

누가 그랬다,

요새 애들이 그렇다데, 꿈도 없이 그저 맛있는 거 먹고 돈 쓰는 것밖에 하는 게 없다고.

돈을 규모 있게 잘 쓰는 것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


보육원에서 온 아이는 사람들이 찾아들면 꼭 묻는다,

사람이 늘 기로운(귀한?) 아이라.

“자고 가실 거예요?”

오늘은 유리 때문에 온 아저씨한테까지.

마음이 알싸해지는 순간.

이 아이도 산을 지고 산다.

요새 강의를 가면 부모들에게 들려주는 내가 만난 두 아이 이야기.

하나는 엄마가 자살할까 두려워 잠을 못 자던 열 살 사내아이,

그리고 엄마가 유부남과 사이에 홀로 아이를 낳아 이웃집에 맡겼다가 버린 한 아이,

우리가 무슨 짓을 하고 살고 있는지.

애들 뭐라 하지 말고 우리나 잘 살 일이다, 우리 어른들이나 똑바로 살 일이다.

우리가 잘못한 일들이 아이들에게 어떤 결과를 낳게 하는지...


학교에서는 이제 비닐 목공실 정리로 넘어갔다.

내년 한해 바르셀로나행을 앞두고 공간들을 하나씩 청소해내고 있다,

자꾸 돌아봐지지 않도록.


쉬어가는 날이라도 책상 앞에 앉지는 못하고 겨우 영화 한 편; 카드보드 복서 (Cardboard Boxer, 2016).

앉아 보기만 하면 되니까. 

골판지상자 안 복서, 복서에 대한 다큐인 줄.

노숙자 윌리가 한 소녀의 타버린 일기장을 통해 자신을 구원(?)해나가는 이야기.

국가도 종교도 구원이 되지 못하는데(뭐 그럴 줄 알았지만!) 말이다.

저런 말을 저리 잘 해낼 수 있다니,

감독이 누구?

배고픈 이에게도 무서운 건 외로움이었다!

노숙자에게도 필요한 것은 사랑이었다.

이런 영화를 만들어낸 감독이 누구란 말인가... Knate Lee, 자료가 별 없었다.

그의 첫 영화더라.

기대되는 감독 발견!

(2017 <kidnap> 각본, 2018 개봉 예정 엑스맨 시리즈 11번째 <New Mutants> 각본에도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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