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동지라고 절에서 팥죽 먹고 왔다는 벗의 연락.

‘내가 먹은 팥죽 액땜은 네게 줄게.

이런저런 걸리는 것들 다 실어 날리기.’

그렇다. 그래서 오늘이 또 수월했다!


정유년 올 동지는 초순에 들어 애동지.

애동지엔 팥죽을 안 먹는다지, 그래서 팥떡을 먹는다고 하더라만,

동지인 줄도 모르고 지날 수 있어 다행.

요새 무슨 다른 정신이 있어 팥죽을 다 챙기겠냔 말이다.

willing house 짓는 일로 아직도 현장은 어수선하지,

출국 준비 해야는데 짐을 싸는 건 고사하고라도 물꼬 안팎 정리는 택도 없지, ...


방치다.

너무 오래 꺼내지 못한 USB는 먼지를 덮고 있었다.

물꼬 누리집을 들여다보지 못한 것도 오래.

그나마 간단한 메모로라도 나날의 기록을 대신하는.

이 산골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다들 궁금해라 한다는데,

집 짓는 거 말고 할 말이 없기도.

무슨 대저택도 아니고 고작 15평 통으로 된 집인데

그 일이 길다.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땐 차라리 눈을 감기.

그리고 자신의 흐름을 잡기.

파도가 몰아칠 때도 함께 출렁이면 그예 정신을 잃고 말 것.

칠흑 같은 어둠을 지날 때도 자신의 등불을 켜야.

오늘 끝낼 수 있을 것 같던 페인트도 낼 반나절을 더 잡게 되었다.

이리 되면 에폭시 작업이 늦고 에폭시 작업은 굳을 때까지 하루를 잡아야 한다.

그러면 내일 하려던 목공 작업들이 또 밀린다.

적어도 작업할 치수를 잴 수 있다는 것에 다행하기.

작업이야 밖에서 할 수 있을 터이니.

너무 일이 많을 땐 앞에 놓인 일부터 걷어내기.

학교에선 현관 모래더미를 치워냈다.

뭐라도 하나 정리하면 다음 일이 더 선명해질 것이다.

가마솥방 부엌의 화덕 위 찢어진 시트지도 갈아주려.


벗이 새로 짓는 집에 인덕션 놓으라고 송금을 했다!

모자라면 보태고 많으면 과자 사먹으라 했지만,

가장 좋은 걸 사고도

세면볼 싱크볼이며 욕실장까지 짤 재료도 다 살 수 있을 규모에 놀랐다.

대출에다 끌어다 쓸 수 있는 걸 다 쓰고도 모자라는 이곳 형편을 읽고

사실 그가 하고 싶은 건 인덕션 하나가 아니라 나름 도와줄 거리를 생각했을.

그런데, 그가 무슨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이냐, 아니다.

지금 직업이 있는 것도 아니다.

늘 뭔가 도움을 주는 사람들은 부자가 아니라 과부 사정 아는 홀아비라.

내가 그에게 무엇 하나 한 친절이 있었더냐,

내가 뭐라고 그의 이런 바라지를 다 받나,

눈시울 붉어진.

착하게 살겠다, 이왕이면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데 보탬이겠다, 다시 마음이나 겨우 모으는!


준공 서류 중 문제가 생긴 부분,

군청 담당 공무원한테 다시 좇아갔네.

현장을 보고 얘기하자 졸랐다. 화욜 들어오기로.

손가락 때문에도 읍내를 가야 했다.

손이 해야 할 일이 대부분인데 그 손이 제대로 움직이질 못하니.

거실의 조명구조물(엄청 크다)을 내려 사포질 하다 가시 박혔던 자리.

상황 보며 국소마취하고 찢어야 할 수도.

우선 주사를 맞고 약을 먹기로 한다.

시간이 좀 지나고 가라앉으면 다행이고, 아님 병원을 되좇아 가야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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