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2시에야 낮밥을 먹었다.

저녁 8시에 밥상 앞에 앉았고,

저녁상을 물린 뒤 밤 11시까지 작업을 했다.

품삯 노동자는 5시면 연장 놓는데,

우리는 자정이기 일쑤.

해마다 못해도 일주일은 물꼬에 손을 보태겠다던 목수 민수샘은

막바지에 약속을 지켜내고 있다.

일을 마친 사람들을 들여보내고,

낼 바닥 한 번 더 칠할 거라 청소하고 나니 새벽 2시.

1월 1일 인천발 비행기표를 쥐고

아직도 집짓는 현장을 마무리 하지 못하고 이어가고 있다.

거의 미친 짓에 가깝다?


무산샘은 화물로 들어오는 싱크볼과 인덕션을 찾아오고,

이제 식탁 짜는 일, 그리고 달골 키 낮은 대문을 만들었다.

민수샘은 계단 난간을 세워나갔고

(물론 큰 뼈대만 할 거다. 앞으로 이렇게 할 것이다, 라는 상징 정도?)

다락방 벽체 뼈대를 또한 세웠다.

“꼭 이걸 정리하고 싶어!”

걸리는 일을 하나씩 해치워나가는 것도 정리의 방식.

거실 조명 구조물 바니쉬를 이제야(손가락을 다친 뒤 방치하고 있던) 마감칠 다 하고,

이동식 비계를 들여와 샘들한테 도와달라고 하여 달았다.

구조물이 달린 사슬의 칠하다 만 락카칠도 그제야.

손이 남아 대문을 같이 마저 만드는 동안,

민수샘은 싱크대 쪽으로 가 싱크볼을 달 곳을 따내고 있었다.


하루면 될 거다, 하지만 번번이 우리를 배신하는 시간을

이 산골에서 900번도 더 경험한다.

그래서 누군가 1시간 일거리라고 하면 적어도 서너 시간을 잡는다.

집을 짓고 있는 현장만 그러했던 게 아니다.

그런데, 우리의 민수샘, 정말 해냈다.

그건 그가 전문가이기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성실했기 때문이기도 했을 것.

(좀 더 덧붙이자면 오직 목표에 동행한 잡부들일 나머지 우리 손들도 있었기에!)

전문가라면 그래야 하는 거다!

다르게 말하면, 지난 두어 달 동안 우리 안에 누구도 전문가가 없었던 게다.

전문가를 중심으로 마음을 낸 사람들이 잘 짜여진 팀으로 돌리려던 현장이었으나

내내 삐걱거렸다.

불려올 사람들은 다 불려왔으나, 그걸 조직하는 건 약했다.

(그런 시간을 보내고 나니 이제 건축매니저로도 나서겠다 싶은.

깨달음은 늘 대개 늦더라.)

이제 더는 부를 사람도 없다. 모두 다 일을 했거나,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남은 이는 민수샘과 무산샘, 그리고 옥영경.

책장과 싱크대 뼈대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 생각한 우리들의 닷새 일정은

(하루야 자재 실어오고 그림 그리고)

책장을 넘어 누마루, 싱크대, 데스크, 신발장, 다락 벽면, 그리고 난간까지 나갔다.

“싱크볼 하부장?”

그건 내일이나 잠깐 마저 하면 될.


한전에서 사람들이 다녀갔다.

어제 검침원을 붙잡고 문제제기(내지는 협박에 가까운 )가 있었다.

달골 들머리 전주에서 창고동으로 들어오는 메인 전기선이

창고동 모서리를 차츰차츰 파들어가고 있었는데,

언젠가는 전화로 문제를 알리고는 그건 전기회사에서 해결할 일이라 답변을 듣긴 했으나

분명 그들이 답할 문제라는 판단에 오늘내일 찾아가야지 했던 일.

하지만 올가을학기도 그냥 지나고 이제 내년도 지나 후 내년 숙제가 되었더랬는데,

마침 검침원을 만났더란 말이지.

그는 그들의 문제로 인지 회사를 들어가서 의논하겠다 했고,

오늘 관련 사람들이 좇아왔다.

설계 들어가면 올해는 넘기겠고 날 좀 풀리면 한다더라.

이 역시 달골 관리를 맡은 무산샘이 내년에 확인키로.


아리샘한테 SOS.

일정이 있든 없든 물꼬의 공간은 변함이 없다.

거기 사람이 오가고 밥 해먹어야 하고 불 켜야 하고

물도 써야 하고 개 사료도 멕여야 하고, 당연히 임대료도 나간다.

물꼬 공간이 쉬어가는 건 아닌.

누군가 아이들의 학교(물론 어른의 학교는 계속 되는)가 쉬어 간다고 들어갈 돈이 없겠다고 했지만

무슨 그런 살림 물정 혹은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를.

혼자 살아도 한 살림이라지 않던지.

공간 하나를 꾸려가는 일이란 게...

화재보험도 여전히 들어가고 건강보험도 들어가며 전화요금도 내야하며 지방세고지서도 날아들고...

‘돈 벌어 오께’라고 하지만

바르셀로나행에서 얻어지는 게 물꼬 1년 살림을 다 해결하는 건 택도 없을 테고

(돈 되는 일 5%면 장하지, 물꼬에서 사는 일이, 내 삶이란 게)

이곳 일정에서 경제적 활동이 이뤄지는 건 아닌지라

오늘은 어려운 연락을 했다.

“알았어요.”

고맙고 미안하다. 사람 하나 잘못 만난 탓, 을 위로라고 멋쩍게 하는.

샘들 없으면 물꼬 일 어찌 하누,

물꼬 없으면 한국에도 돌아오지 않지.

그러니까... 논두렁 분들은 계속 논두렁에 콩 심어주셨으면 좋겠다는!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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