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일 쇠날 말짱한 하늘

조회 수 1486 추천 수 0 2005.06.04 00:39:00

6월 3일 쇠날 말짱한 하늘

새벽 네 시부터 와서 대문 앞을 지키던 밥알 김애자님을
여섯시 반 잠이 깼을 때 만났습니다.
간밤에 황간에서 작은 사고가 있었더랍니다.
경훈샘이 좀 다쳤다지요.
아니 크게 다쳤답니다.
응급실에 입원시키고 어쩔 줄 몰라 예로 오셨더이다.
"깨우시지요?"
"삼촌 일어나실 때 기다리느라고..."
일단 해니 학교부터 보내놓고 정근이 데리고 움직이라 하고는
여기 역시 아침을 해먹고 9시가 되기를 기다려
파출소며들에 전화를 돌렸습니다.
"논이..."
황간 식구들도 걱정이지만
삼촌은 당장 물꼬 농사일이 태산같은 무게입니다.
되는대로 일손을 벌려고
급히 수원에 가야하는 기락샘을 붙잡아놓았지요.
물꼬 일이 무엇이어서, 아이들 일이 무엇이어서,
사람들 길을 이리 막을 때가 적잖은 겐지...

품앗이 승현샘 용주샘 선진샘이
경훈샘 소식 읽고 줄줄이 전화를 주었습니다.
농사일 어쩌냐고,
되는대로 시간을 내 보겠노라고.
놀라운 사람들입니다,
건강한 젊은이들입니다.
젊은 날의 높은 꿈이 부끄럽지 않은 나이('나이 서른에 우린' 가운데서)를
서른이 훌쩍 넘은 우리는 살아내고 있는 걸까요...

입학문의는 점심 밥 때고 저녁 밥 때고,
낮이고 밤이고가 없이 몰려듭니다.
찔레꽃 방학으로 전화를 더 오래 붙들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하신 모양입니다.
제발, 조금만 더,
모자라나마 홈페이지 구석구석을 좀 살펴주신 다음이면 좋겠습니다.

달골 집짓는 일을 맡기로 한 실무팀과 전화가 오갔습니다.
계약서를 쓰기 전 챙길 일은 또 좀 많아야지요.
평생 집을 갖지 않으리라고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를 읊조리던 어린날도 있었지요.
세상에, 건축주가 다 되다니...
우리 아이들 일이니 한다 싶습니다,
물꼬 일이니 하고 있는다 싶습니다.
일단 현장을 다시 보며 하나 하나 점검하기로 하고 날을 잡아두었습니다.
물꼬 달골의 첫삽이라 더욱 마음이 쓰이는 데다
우리 아이들이 살 집이라 이만저만 쓰이는 신경이 아니네요.
곤두선다고 모르는 일이 아는 일 되는 것도 아니건만...

고폭탄처리대책위에서는 위원장님과 몇 식구들이
오늘 국회와 환경관련단체를 방문하러 서울길에 올랐습니다.
역시 부족한 자료가 문제가 될 듯한데
자정이 다 돼 가는 지금 기차 안이라며 연락이 있었습니다.
어떤 결과를 가져오고 계실지,
만나서 자세한 얘기는 해얄 듯합니다.

오늘 같은 날은 사람 하나 딱 더 있으면 좋겠습니다.
머리가 다 찌끈거리네요.
이 산골 삶이 어찌 이리 번잡하답니까,
사람 사는 곳인 줄 모르지 않았습니다만.
경훈샘은 어떤가,
아직 연락이 닿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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