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조르디의 날

조회 수 2575 추천 수 0 2018.04.24 10:38:24


까딸루냐는 4월 23일 오늘이 ‘산 조르디(Sant Jordi; 성 게오르기우스)의 날’.

까딸루냐 수호성인의 하나.

먼 옛적 무시무시한 용에게 양과 여자를 재물로 바치던 왕국에서 공주마저 제비뽑힌 순간,

기사 조르디가 나타나 공주를 구한다, 이야기가 될라고.

흘러내린 용의 피는 장미로 변하여 그걸 꺾어 기사는 청혼을 한다, 이야기가 될라고.

그리고 행복하게 살았다, 역시 이야기가 될라고.


거리마다 장미를 팔고 있었다.

꽃을 사서 친구나 이웃을 방문하거나 만나는 날.

주청사 앞에는 산조르디 예배당이 있는데,

17세기 미사 드리러 가는 여자들에게 장미를 선물했던 게 그 뿌리라 했다.

그보다 2세기 전, 그러니까 이미 15세기부터 바르셀로나 장미축제도 있어왔다.

가우디의 ‘까사바트요’도 오늘은 장미꽃으로 덮여있다.

조르디의 신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집이라니까.


장미(물론 더러 다른 꽃들도 있다) 옆에는 책 좌판도 있었다, 거리 거리에.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는 같은 날 사망했다. 1616년 4월 23일. 오늘이었다.

1995년부터 국제연합이 정한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의 배경이 된.

1929년 바르셀로나 세계박람회 때 서점들이 거리판매로 큰 이득을 얻은 이후로

스페인 책의 날이 오늘이 되었고,

까딸루냐는 그 이듬해부터 이 날을 책의 날로 정했다 한다.


그리하여 이날 흔히 여자는 장미를 받고 남자는 책을 받았더라는데,

아이들도 책과 사탕 혹은 파이를 받기도 하고

이웃들이나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챙기게 되었단다.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밥 한 끼 먹는 날.

한주동안 비웠던 바르셀로나는 잎사귀가 무성하리만치 자라 있었고,

화창하진 못해도 비는 없어 책과 꽃들이 무사했고, 

길거리 카페도 거리도 놀이터도 사람들이 밤이 내리도록 빠지지 않았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공지 물꼬를 다녀간 박상규님의 10일간의 기록 [5] 박상규 2003-12-23 140621
5880 방가~방가~방가~ 이창운 2001-03-12 2401
5879 글때문에 그러는 데요.. 정승렬 2001-03-12 2614
5878 잘 받았는데... 김희정 2001-03-13 2247
5877 희정샘..* 다예입당~ 2001-03-13 2409
5876 하이덩~Every one ~♥ 황인정 2001-03-14 2433
5875 Re.. 봉균샘 오랜 만이네요. 허윤희 2001-03-15 3833
5874 Re..나두.나두. 허윤희 2001-03-15 2286
5873 수미니에게 허윤희 2001-03-15 2245
5872 빨간 양말 오랫만이죠?? 배민규 2001-03-16 2207
5871 걍~~~..... 양호열 2001-03-18 2324
5870 영화<부에니비스타 소셜클럽> ... 김희정 2001-03-26 2573
5869 영화 추천&#58; 천국의 아이들 문 성호 2001-03-26 2356
5868 글이 사라졌어요 문성호 2001-03-26 2106
5867 특보입니다. 허윤희 2001-03-27 2314
5866 애육원... 정무열 2001-03-28 2606
5865 형부 생일 축하해요 [1] 허윤희 2001-03-31 6249
5864 안녕하세요? 지니 2001-03-31 2156
5863 새소식... 김희정 2001-04-01 2645
5862 애육원 들공부 다녀왔습니다. 김희정 2001-04-01 2269
5861 의견을 받습니다1 자유학교 물꼬 2001-04-03 2327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