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조르디의 날

조회 수 2564 추천 수 0 2018.04.24 10:38:24


까딸루냐는 4월 23일 오늘이 ‘산 조르디(Sant Jordi; 성 게오르기우스)의 날’.

까딸루냐 수호성인의 하나.

먼 옛적 무시무시한 용에게 양과 여자를 재물로 바치던 왕국에서 공주마저 제비뽑힌 순간,

기사 조르디가 나타나 공주를 구한다, 이야기가 될라고.

흘러내린 용의 피는 장미로 변하여 그걸 꺾어 기사는 청혼을 한다, 이야기가 될라고.

그리고 행복하게 살았다, 역시 이야기가 될라고.


거리마다 장미를 팔고 있었다.

꽃을 사서 친구나 이웃을 방문하거나 만나는 날.

주청사 앞에는 산조르디 예배당이 있는데,

17세기 미사 드리러 가는 여자들에게 장미를 선물했던 게 그 뿌리라 했다.

그보다 2세기 전, 그러니까 이미 15세기부터 바르셀로나 장미축제도 있어왔다.

가우디의 ‘까사바트요’도 오늘은 장미꽃으로 덮여있다.

조르디의 신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집이라니까.


장미(물론 더러 다른 꽃들도 있다) 옆에는 책 좌판도 있었다, 거리 거리에.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는 같은 날 사망했다. 1616년 4월 23일. 오늘이었다.

1995년부터 국제연합이 정한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의 배경이 된.

1929년 바르셀로나 세계박람회 때 서점들이 거리판매로 큰 이득을 얻은 이후로

스페인 책의 날이 오늘이 되었고,

까딸루냐는 그 이듬해부터 이 날을 책의 날로 정했다 한다.


그리하여 이날 흔히 여자는 장미를 받고 남자는 책을 받았더라는데,

아이들도 책과 사탕 혹은 파이를 받기도 하고

이웃들이나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챙기게 되었단다.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밥 한 끼 먹는 날.

한주동안 비웠던 바르셀로나는 잎사귀가 무성하리만치 자라 있었고,

화창하진 못해도 비는 없어 책과 꽃들이 무사했고, 

길거리 카페도 거리도 놀이터도 사람들이 밤이 내리도록 빠지지 않았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물꼬를 다녀간 박상규님의 10일간의 기록 [5] 박상규 2003-12-23 140065
5780 감사합니다! [7] 연규 2011-08-28 4115
5779 우리 마을 반장은 열여섯 살, 바로 접니다 image 류옥하다 2013-04-12 4114
5778 [사진] 165 계자 넷째 날 [1] 류옥하다 2020-01-16 4079
5777 애쓰셨습니다. 사랑합니다. [3] 류옥하다 2020-01-17 4078
5776 지금은 계자 준비중 [1] 연규 2016-08-04 4071
5775 [펌] 당신들은 침묵했지만 우리는 침묵하지 않겠다 물꼬 2021-08-25 4059
5774 잘돌아왔습니다. 감사합니다 [4] 기쁨이 2020-01-20 4044
5773 짜맞추기.. [2] 수준맘 2022-01-17 4042
5772 잘 왔어요~ [4] 해인이 2012-08-11 4027
5771 잘 도착했습니다 [2] 민교 2022-01-15 4014
5770 [답글] 어엇~? 이제 되는건가여? 테스트 2006-10-26 4008
5769 잘 도착했습니다!^^ [5] 휘향 2019-08-09 3999
5768 안녕하세요 [1] 필교 2020-02-11 3998
5767 감사합니다^^ [3] 실버마우스 2020-01-18 3988
5766 잘 도착했습니다! [9] 인영 2011-08-20 3981
5765 밥바라지 샘들께; 오늘 그대들을 생각합니다, 자주 그렇기도 하지만 물꼬 2012-11-13 3975
5764 2월 어른학교 [1] 지인 2022-03-26 3973
5763 잘 도착했습니다 [1] 주은 2016-08-12 3967
5762 ㅎㅎ 조금 늦었지만...ㅎㅎㅎ [10] 서울시장 오세훈 2011-08-25 3961
5761 민혁이 잘 도착했습니다^^ [3] 미녁맘 2011-08-19 3961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