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조르디의 날

조회 수 2527 추천 수 0 2018.04.24 10:38:24


까딸루냐는 4월 23일 오늘이 ‘산 조르디(Sant Jordi; 성 게오르기우스)의 날’.

까딸루냐 수호성인의 하나.

먼 옛적 무시무시한 용에게 양과 여자를 재물로 바치던 왕국에서 공주마저 제비뽑힌 순간,

기사 조르디가 나타나 공주를 구한다, 이야기가 될라고.

흘러내린 용의 피는 장미로 변하여 그걸 꺾어 기사는 청혼을 한다, 이야기가 될라고.

그리고 행복하게 살았다, 역시 이야기가 될라고.


거리마다 장미를 팔고 있었다.

꽃을 사서 친구나 이웃을 방문하거나 만나는 날.

주청사 앞에는 산조르디 예배당이 있는데,

17세기 미사 드리러 가는 여자들에게 장미를 선물했던 게 그 뿌리라 했다.

그보다 2세기 전, 그러니까 이미 15세기부터 바르셀로나 장미축제도 있어왔다.

가우디의 ‘까사바트요’도 오늘은 장미꽃으로 덮여있다.

조르디의 신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집이라니까.


장미(물론 더러 다른 꽃들도 있다) 옆에는 책 좌판도 있었다, 거리 거리에.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는 같은 날 사망했다. 1616년 4월 23일. 오늘이었다.

1995년부터 국제연합이 정한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의 배경이 된.

1929년 바르셀로나 세계박람회 때 서점들이 거리판매로 큰 이득을 얻은 이후로

스페인 책의 날이 오늘이 되었고,

까딸루냐는 그 이듬해부터 이 날을 책의 날로 정했다 한다.


그리하여 이날 흔히 여자는 장미를 받고 남자는 책을 받았더라는데,

아이들도 책과 사탕 혹은 파이를 받기도 하고

이웃들이나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챙기게 되었단다.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밥 한 끼 먹는 날.

한주동안 비웠던 바르셀로나는 잎사귀가 무성하리만치 자라 있었고,

화창하진 못해도 비는 없어 책과 꽃들이 무사했고, 

길거리 카페도 거리도 놀이터도 사람들이 밤이 내리도록 빠지지 않았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물꼬를 다녀간 박상규님의 10일간의 기록 [5] 박상규 2003-12-23 135477
5738 [정보]도서관자료수집 이곳은 어떠세요 김진환 2001-03-08 3674
5737 모두들 사랑합니다 [4] 한미 2020-01-18 3673
5736 충북ㅡmbc전국시대(08:30-08:40)에 계절자유학교 잘 보았어요. [1] 연꽃 2013-01-18 3670
5735 지금 티벳에선......FREE TIBET 함께걷는강철 2011-11-14 3662
5734 잘 도착했습니다!! [4] 차지현 2019-08-10 3661
5733 물꼬 첫돌잔치에서 만난 물꼬 아이들 imagemovie [7] 해달뫼 2005-04-22 3661
5732 詩心에 젖는 충북의 초여름밤…시인, 세상을 읊다 2012.06.14 | 충청타임즈 image [1] 물꼬 2012-06-17 3658
5731 [10.23] 혼례 소식: 서현샘과 용욱샘 [1] 물꼬 2021-10-21 3650
5730 [7.19] 세번째 섬 - 모임 공지 image [1] 아리 2014-07-09 3629
5729 우리가 흔히 아는 호두는...-오마이뉴스 image 류옥하다 2011-10-19 3608
5728 잘 도착했습니다 [1] 윤호 2022-01-16 3600
5727 잘 도착했습니다 [1] 주은 2016-08-12 3594
5726 잘 도착했습니다~~ [5] 장화목 2019-08-09 3566
5725 2월 어른학교를 마치고.. [1] 류옥하다 2022-03-23 3541
5724 상범샘.. 정승렬 2001-03-09 3537
5723 닥터 노먼 베쑨을 읽고 [1] 평화 2011-07-18 3528
5722 오늘은 날이 아주 좋습니다!! 황연 2001-03-10 3518
5721 도착완료 ㅎ -현진- [21] K.H.J 2012-01-14 3509
5720 미루지 않겠다: 탄소감축-저탄소생활 실천운동 물꼬 2022-03-23 3506
5719 물꼬 도착 2일차, 소식 전합니다 :) [1] 권해찬 2020-01-10 3490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