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0일 쇠날 비

조회 수 1262 추천 수 0 2005.06.12 14:40:00

6월 10일 쇠날 비

비가 옵니다.
많이도 옵니다.

비가 내는 소리를 만나느라 어느 때보다 침묵하며
느리게 느리게 걸어다닙니다,
"우산이 모자라."
"이거 써. 나는 비옷 입을게."
저 허공에서 비가 그리는 그림을 봅니다.
가슴 한 켠도 물을 먹었습니다.
전깃줄에 대롱대롱 매달린 물은
아이들 목소리 같습니다.
할머니가 들려주시는 옛 얘기 같은, 처마에서 떨어지는 물입니다.
홈통에서 모였던 물이 콸콸대며 흐르고,
큰 마당 고인 물에 떨어진 빗방울은 퍼지고 또 퍼지고
우리들 마음으로 스미고 또 스밉니다.
원추리 잎에서 금낭화 잎에서 데굴거리는 빗방울들,
내리고 또 내리는 비는 감나무에 닿고 푸성귀들에 닿고 돌에 닿고..
밭가 배수로에서 돌돌거리며 가는 물길도 보고,
젖은 풀섶 가르고 물먹은 오디와 산딸기도 따먹습니다.
"와, 저 봐!"
채규가 우산을 위아래로 빠르게 흔들거릴 때 만들어내는 물방울들의 춤은
잘 찍은 사진 한 장입니다.
들어와서는 비 그림도 그리고 글도 썼지요.

비 오니 장구쳤지요.
춤동작에 굿거리를 올려봅니다.
아직 장구로 가락을 칠만치는 안돼도.
덩다기다꾸 덩다다다...
그리고 사이에 찾아드는 고요,
움직임과 움직임, 소리와 소리 사이에 찾아든 말없음의 세계가
우리 영혼을 넓혀줍니다.

영어하는 날이네요.
하다보니 낯도 익고 그러니 얼굴 발개질 것도 없지요.
롤 플레이를 했습니다, 역할을 정해서 하는 것 말입니다.
누가 발론티어로 나올 수 있겠냐 묻습니다.
어, 예린이부터 손을 번쩍 들어요.
이야, 하늘도 나오고 혜린이도 나옵니다.
시켜서 했지만 지용이도 나왔지요.
류옥하다는 이제 영어를 잊었지만
아직 그의 입에 남아있는 발음으로 우리들의 발음을 돕는답니다.

경훈샘이 없는 자리로 기락샘이 며칠 전 나간 자리로
방문자 유영숙님과 정은영님 나흘을 머물려 왔습니다.
공동체 식구를 꿈꾸지요.
밥알 김영규님 김준호님 한동희님 정미혜님도 들어오셨습니다.

비가 갔습니다,
자정을 넘기고 저들도 할 말 다했다고들 돌아갔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614 물꼬가 병원을 기피(?)한다고 알려진 까닭 옥영경 2005-07-16 1230
613 7월 9일 흙날 비, 비 옥영경 2005-07-16 1222
612 7월 8일 쇠날 갬 옥영경 2005-07-16 1144
611 7월 7일 나무날 흐림 옥영경 2005-07-16 1083
610 7월 6일 물날 장마 가운데 볕 옥영경 2005-07-16 1202
609 7월 5일 불날 흐림 옥영경 2005-07-16 1110
608 7월 4일 달날 끝없이 비 옥영경 2005-07-13 1223
607 7월 3일 해날 자꾸 비 옥영경 2005-07-13 1053
606 7월 2일 흙날 또 비 옥영경 2005-07-13 1105
605 7월 1일 쇠날 비 옥영경 2005-07-13 1067
604 6월 30일 나무날 갬 옥영경 2005-07-08 1165
603 6월 29일 물날 비 오다가다 옥영경 2005-07-08 1326
602 6월 27일 달날 비 옥영경 2005-07-08 1161
601 6월 28일 불날 비 오락가락 옥영경 2005-07-08 1112
600 계자 104 닫는 날, 6월 26일 해날 꾸물꾸물 옥영경 2005-07-08 1220
599 계자 104 이틀째, 6월 25일 흙날 덥기도 덥네요 옥영경 2005-07-08 1339
598 계자 104 여는 날, 6월 24일 쇠날 더운 여름 하루 옥영경 2005-07-08 1345
597 6월 23일 나무날 선들대는 바람에 숨통 턴 옥영경 2005-06-26 1619
596 6월 22일 물날 텁텁하게 더운 옥영경 2005-06-24 1254
595 6월 21일 불날 낮에 물 한 번 끼얹어야 했던 옥영경 2005-06-23 1338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