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어떤 부름'

조회 수 2897 추천 수 0 2018.07.18 04:55:08


어떤 부름



늙은 어머니가

마루에 서서

밥 먹자, 하신다

오늘은 그 말씀의 넓고 평평한 잎사귀를 푸른 벌레처럼 다 기어가고 싶다

막 푼 뜨거운 밥에서 피어오르는 긴 김 같은 말씀

원뢰(遠雷) 같은 부름

나는 기도를 올렸다,

모든 부름을 잃고 잊어도

이 하나는 저녁에 남겨달라고

옛 성 같은 어머니가

내딛는 소리로

밥 먹자, 하신다


(<먼 곳>(문태준/창비/2012) 가운데서)



밥 먹자 건네는 어머니의 음성이

오래되었으나 견고한, 먼 우레와도 같은 성주의 부름 같다.

성주를 위해 대원정을 떠나야만 할 것 같은 그런 부름,

결코 거역할 수 없고, 우리를 존재케 하는 오직 복종해야 하는,

그러나 한없는 사랑으로 나를 어떻게든 지켜내고 말 이의 부름.

나는 작고 연약한 푸른 벌레 한 마리,

어머니 말씀의 넓고 평평한 잎사귀로 다 기어가서 닿고 싶은,

어머니 말씀의 온기의 그 무엇 하나 빠뜨리지 않고

온 힘 다해서 이르고픈 밥상으로 가는.

나도 오늘 그 밥상 앞에 앉고 싶다.

울 엄마의 김 오르는 밥 한 술 뜨면 

가뿐하게 병상을 차고 저 햇살 아래로 걸어나갈 수 있겠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물꼬를 다녀간 박상규님의 10일간의 기록 [5] 박상규 2003-12-23 142883
5599 무사히 왔네요. [1] 도형빠 2005-12-19 883
5598 정민이가 무사히 잘 도착했읍니다 image 정민이네 2006-01-16 883
5597 입학식, 개강식 잘 하셨어요? [3] 선진 2006-03-08 883
5596 최고의부업 박용생 2008-02-13 883
5595 제 5기 생태여가지도자 모집 file 녹색소비자연대 2008-04-11 883
5594 만날 날이 기다려지네요. [1] 이선옥 2008-07-30 883
5593 그냥 왔어요~ [2] 석경이 2008-08-15 883
5592 이제야 올려요 [2] 하유정 2008-08-23 883
5591 겨울계자 중간에 합류해도 괜찮을지요... [1] 원미선 2008-11-27 883
5590 계자에 저희 아이들이 참가해서 기뻐요! [2] 여윤정 2008-12-19 883
5589 잘 도착했습니다!! [5] 정애진 2009-01-04 883
5588 나의 물꼬여~~~ [12] 민성재 2009-01-10 883
5587 노래^^. [1] 김호성 2009-05-07 883
5586 안녕하세요 [3] 성재 2009-08-08 883
5585 옥샘....계자 사진...... [2] 희중 2009-08-17 883
5584 내 블로그 들어오면 [1] 성재 2009-10-28 883
5583 옥쌤! [3] 김태우 2010-06-13 883
5582 잘도착햇어요!! [4] 박윤지 2010-08-07 883
5581 상범샘... 윤재신 2002-03-30 884
5580 감사합니다.... 김천애 2002-07-29 884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