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어떤 부름'

조회 수 2436 추천 수 0 2018.07.18 04:55:08


어떤 부름



늙은 어머니가

마루에 서서

밥 먹자, 하신다

오늘은 그 말씀의 넓고 평평한 잎사귀를 푸른 벌레처럼 다 기어가고 싶다

막 푼 뜨거운 밥에서 피어오르는 긴 김 같은 말씀

원뢰(遠雷) 같은 부름

나는 기도를 올렸다,

모든 부름을 잃고 잊어도

이 하나는 저녁에 남겨달라고

옛 성 같은 어머니가

내딛는 소리로

밥 먹자, 하신다


(<먼 곳>(문태준/창비/2012) 가운데서)



밥 먹자 건네는 어머니의 음성이

오래되었으나 견고한, 먼 우레와도 같은 성주의 부름 같다.

성주를 위해 대원정을 떠나야만 할 것 같은 그런 부름,

결코 거역할 수 없고, 우리를 존재케 하는 오직 복종해야 하는,

그러나 한없는 사랑으로 나를 어떻게든 지켜내고 말 이의 부름.

나는 작고 연약한 푸른 벌레 한 마리,

어머니 말씀의 넓고 평평한 잎사귀로 다 기어가서 닿고 싶은,

어머니 말씀의 온기의 그 무엇 하나 빠뜨리지 않고

온 힘 다해서 이르고픈 밥상으로 가는.

나도 오늘 그 밥상 앞에 앉고 싶다.

울 엄마의 김 오르는 밥 한 술 뜨면 

가뿐하게 병상을 차고 저 햇살 아래로 걸어나갈 수 있겠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물꼬를 다녀간 박상규님의 10일간의 기록 [5] 박상규 2003-12-23 115009
5818 반갑습니다 조봉균 2001-03-05 4048
5817 밥알모임, 물꼬 아이들은 새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을 해주세요. [7] 관리자3 2005-01-05 4030
5816 10대를 위한 책이지만 20대에게도, 그리고 부모님들께도 권한 책 옥영경 2019-02-05 4008
5815 八點書法/ 영자팔법과 팔점서법의 비교는 구조와 기능의 차이 imagefile [1] 無耘/토수 2008-10-27 4004
5814 저는 기억나는데... 김희정 2001-03-06 3994
5813 감사합니다! [7] 연규 2011-08-28 3993
5812 우리 마을 반장은 열여섯 살, 바로 접니다 image 류옥하다 2013-04-12 3990
5811 코로나 확진자 수 실시간으로 보기 류옥하다 2020-12-22 3901
5810 잘 왔어요~ [4] 해인이 2012-08-11 3890
5809 민혁이 잘 도착했습니다^^ [3] 미녁맘 2011-08-19 3858
5808 ㅎㅎ 조금 늦었지만...ㅎㅎㅎ [10] 서울시장 오세훈 2011-08-25 3853
5807 수범이는 절대 물꼬선생님이 되지 않겠답니다^^ [3] 수범마마 2019-08-10 3851
5806 잘 도착했습니다! [9] 인영 2011-08-20 3850
5805 밥바라지 샘들께; 오늘 그대들을 생각합니다, 자주 그렇기도 하지만 물꼬 2012-11-13 3838
5804 김희전? 조봉균 2001-03-08 3832
5803 안녕하세요!! 김재은 2001-03-05 3829
5802 2019년 2월 어른의 학교 사진 류옥하다 2019-04-01 3823
5801 자유학교 물꼬 어린이 카페도 있어요! [1] 평화 2011-01-31 3813
5800 [피스캠프] 2017년 여름 태국/유럽 시즌 프로그램 종합안내 image 피스 2017-06-08 3805
5799 169계자 사진 [1] 류옥하다 2022-01-24 3797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