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7일 쇠날 찌뿌찌뿌

조회 수 1389 추천 수 0 2005.06.19 00:42:00

6월 17일 쇠날 찌뿌찌뿌

세계에서 가장 큰 세 강줄기를 공부한 뒤끝,
오늘은 그걸 만들어본답니다.
한 덩어리로 하려니 조율이 좀 힘들었던 걸까요,
두 패로 나뉘네요,
나일강이 좋은 아이들과 아마존강에 할 말 많은 이들로.
별의별 재료들을 다 긁어내오지만
역시 만만한 건 늘 신문지지요.
나일강 줄기를 따라가니 모래들 속에 피라미드와 스핑크스가 있습니다.
"케냐는 어떤 나라예요?"
"500미터 이상의 고원지대에 있는 나란데 지하자원이 풍부하고..."
수단도 자이르(콩고지요)도 우간다도 묻습니다.
사회 지리 공부가 되는 게지요.
절묘한 이런 흐름들이 음악을 타고 움직이는 몸 같습니다.
'나는 어린 날에 공부가 이리 재밌었던가...'
인도의 파란신 크리슈나처럼
혜린이와 채은이의 손은 파란 물감으로 온통 뒤집어썼습니다.
아마존강엔 아나콘다에서부터 별의별 것들이 다 살고 있네요.
그러나 뭐가 잘 안됐는지 잠시 작업이 끊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다 정리할 즈음 드디어 문제가 터지고 말았지요.
이럴 때 '발발'이라고 말하면 얼마나 맥없는 말이 되는지요.
말 그대로 전쟁은 터져야 전쟁 같지 전쟁발발로는 의미가 안살지요.
예, 아마존패는 혜연에다 령이, 돌콩(하늘)과 땅콩(채규)이 있었는데,
아, 우리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치울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그 전에 이미 돌콩과 땅콩의 툭툭대는 싸움과
채규의 끊임없는 툴툴거림도 있었겠지요.
"왜 안치워?"
령이가 소리 소리 지르지만
하늘이도 채규도 혜연이도 빈둥빈둥만했겠지요.
그래도 어쨌든 채워내는 아이들입니다.
모두 모여앉아 강들을 다시 헤엄칠 녘
령이네 모둠부터 한 소리 해주었지요.
그것만으로 짜증이 풀린 령이고,
미안해하는 나머지들이었더랍니다.

영어합니다.
직업의 세계로 들어갔지요.
앞으로 되고 싶은 것도 나왔겠습니다.
예린이 목소리가 큽니다.
자신감입니다.
그래요, 집중하는 만큼 가까이 가게 되는 거지요, 무엇에건.
요즈음 한참 상승곡선을 그리는 예린이지요.
그런데 잘하는 여자 아이 하나 살짜기 샐쭉합니다.
아주 아주 미세하게,
자기는 그걸 들킨 걸 모르겠지만요.
그런 미묘함들이 있어요, 특히 여자 아이들 사이에.
뭐랄까, 시샘 같은 거요.
그러면 영락없이 그날 날적이(일기)에 그 맘이 오르지요,
내가 왜 이리 못났는가 하는.

연극특강하시는 효립샘이 아이가 뇌수막염으로 병원에 입원을 해서
급하게 못온다 연락을 엊저녁 해오셨더라지요.
아쉬운대로 제가 들어갑니다, 대기병력이니까요.
이 아이들 참 열려있습니다.
슬쩍 계절학교 왔던 아이들과 견주게 되데요.
지용이까지 나서서 무대를 채우는데,
그만 눈물 핑 돌았겠지요.
'그래 그래,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만큼만 해다고.'
따라 들어온 규민이랑 성연이도 한몫했습니다.
너도 나도 말떨어지기가 무섭게 몸으로 말을 하기 시작하는데,
그들의 풍부한 인문학적인소양(?)까지 막, 마악 드러나는 겁니다.
아주 시간을 다 잡자 하더라니까요.
"제가 여기 사니까, 언제든 우린 할 수 있으니까..."
말려가며 끝을 냈더라지요.

5시가 다 됐지만 일도 잊지 말자 하지요.
저들끼리 포도밭에 갔는데,
맘이 콩밭이라 물놀이를 서둘러 하는 걸로 일은 매듭을 지었다는데,
그리 무성의하게 땅 위에 서 있어도 되나,
애쓰지도 않고 키운 것들을 먹으려 들면 되겠나 싶데요.
내일쯤 서로 얘기가 있겠지요.

"어, 저기는 벌써 포도봉지 씌웠다,
자알 키웠네."
류옥하다 데리고 치과 가는데 그럽디다.
그래요, 자기 삶의 크기만큼, 자기 삶의 색깔대로 세상을 보는 거지요.
그래서 삶터가 중요할 밖에요.

대전 판암초등 교장샘 홍사숙샘이 손 보태러 오셨습니다.
저번 날 걸음 한 차례 하셨더랬는데 다시 오마시더니
정말 오셨습디다, 이른 아침.
종일 포도밭에 계셨지요.
점심 때 잠시 짬내 삼촌이랑 셋이서 평상에서 차를 달였습니다.
샘이 만들어주시는 고요가 번지고 또 번졌지요.
우리 하나 하나의 평화가 얼마나 중요한지요.
참,
김상철님은 새벽부터 논 살피고
달골 아래 포도밭이며들에 풀들 죄 베고
기세 몰아 우리 마을 쉼터까지 풀을 넘기더니
평상에서 차 한 잔을 술처럼 마시고는 영양으로 되돌아가셨네요.
그리고
밥알 안은희님 가시고 정미혜님이 그 자리를 잇습니다, 가마솥방요.
이 여름날이 고맙습니다,
사람들이 고맙습니다,
모다 모다 고맙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614 물꼬가 병원을 기피(?)한다고 알려진 까닭 옥영경 2005-07-16 1230
613 7월 9일 흙날 비, 비 옥영경 2005-07-16 1219
612 7월 8일 쇠날 갬 옥영경 2005-07-16 1143
611 7월 7일 나무날 흐림 옥영경 2005-07-16 1082
610 7월 6일 물날 장마 가운데 볕 옥영경 2005-07-16 1201
609 7월 5일 불날 흐림 옥영경 2005-07-16 1110
608 7월 4일 달날 끝없이 비 옥영경 2005-07-13 1222
607 7월 3일 해날 자꾸 비 옥영경 2005-07-13 1052
606 7월 2일 흙날 또 비 옥영경 2005-07-13 1104
605 7월 1일 쇠날 비 옥영경 2005-07-13 1067
604 6월 30일 나무날 갬 옥영경 2005-07-08 1164
603 6월 29일 물날 비 오다가다 옥영경 2005-07-08 1326
602 6월 27일 달날 비 옥영경 2005-07-08 1161
601 6월 28일 불날 비 오락가락 옥영경 2005-07-08 1111
600 계자 104 닫는 날, 6월 26일 해날 꾸물꾸물 옥영경 2005-07-08 1220
599 계자 104 이틀째, 6월 25일 흙날 덥기도 덥네요 옥영경 2005-07-08 1339
598 계자 104 여는 날, 6월 24일 쇠날 더운 여름 하루 옥영경 2005-07-08 1344
597 6월 23일 나무날 선들대는 바람에 숨통 턴 옥영경 2005-06-26 1619
596 6월 22일 물날 텁텁하게 더운 옥영경 2005-06-24 1253
595 6월 21일 불날 낮에 물 한 번 끼얹어야 했던 옥영경 2005-06-23 1338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