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더위로 모두들 고생하는데 옥쌤 계신 바르셀로나는 어떤지 궁금합니다. 막내 소미는 삼복더위에 감기에 걸려서 고생 중이에요 에어컨 심하게 트는 곳에 몇번 갔었는데 일종의 냉방병인거 같기도 하고요...
기후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게 체감되고 아이들의 미래가 걱정되는 요즘이네요 환경보호에 앞장서던 북유럽 국가들조차 폭염으로 인한 산불로 고통받고 라오스 국민들은 본인들이 사용하지못할 전기를 태국에 수출하기 위해 댐을 지었다가 폭우와 댐 붕괴로 말할 수 없는 피해를 당하고...
정말 부끄러운 고백인데, 나름 한국에선 채식도 하고 생태적인 삶을 고민하던 사람이었는데... 과거 스페인에 어학연수 갔을 땐 맘껏 물도 쓰고 샴푸나 세제도 별로 신경쓰지 안았던 기억이 있어요 "남의 나라"라는 이유로 어리석게도 "같은 지구"임을 인식하지 못했던 ^^;;;
생태적 삶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언제나 물꼬가 먼저 떠올라요 그곳에서 몸의 안위나 편리함을 포기하고 일하고 농사짓고 살림을 살아내신 옥쌤이 큰산처럼 위대하게 느껴지고요 ㅎ 저는 머리로는 많은 생각과 걱정을 하면서도 막상 실천에는 게을러요 ㅠㅠ 그렇지만 저도 조금씩 그 발걸음을 따라 걸어보려 노력하고 있어요
더위 조심하시고 건강한 모습으로 뵐 날 기다리겠습니다^^
유설샘,
글월을 어제 읽고 먹먹한 마음으로 하루를 흘러보낸 뒤에야 답글을 남겨요.
수많은 날을 우리는 벗들의 지지와 응원으로 일어섰구나, 그리 살아냈구나,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먼저 가는 사람으로 발자국을 내는구나,
힘내야지, 반듯하게 걸어야지, 그런 생각들이 맴을 돌았어요.
사람살이란 너나없이 고단하나 힘을 내며 사는 거라던 어르신들 말씀도 생각했어요.
또박또박 쓰는 손편지 같이 읽힌 그대의 글월이었군요.
(아, '다만' '그냥' '사는' 일이 큰 산이라 불려 부끄러워도 했음을 고백함.
또한, 게으른 자신에 낯도 붉혔음을...)
스페인도 마드리드며 내륙은 40도에 이른다는 올해인데
미안한 마음이 들만치 다행하게 바르셀로나는 30도를 조금 넘는 정도,
그것도 그늘에 들면 금세 열기가 식고, 바람도 자주 드나드는 날들이랍니다.
그래도 휴가들을 떠나 텅빈 도시를 관광객들이 채우고 있답니다.
다른 유럽 국가들이 여름 휴가를 분산해서 쓰는 거에 견주어
스페인은 8월 한달에 집중적으로 쓰기로 퍽 유명하다는.
멀리 있으니 더욱 돌아보고 둘러보는 시간이 많습니다.
물꼬의 세월이 적잖군요, 새삼.
그 시간들을 어이 보냈던가, 대해리의 겨울은 얼마나 모질던가,
잠은 늘 모자랐고 걸음은 번번이 종종거렸는데,
그래도 그 시간이 뜨겁고 재미났던 건
동지들(벗이라기 보다 이리 써야만 할 것 같은. 그리고 아이들 역시 동지일.)이 있어 가능했을 것.
그래서 또 물꼬에 갈 날을 손꼽지요.
이 사람이 내 벗이오, 내게 벗이 있는데 그가 유설이오,
늘 그런 그대랍니다.
오늘은 바로 그의 글월로 가지런히 마음결을, 움직임을 고릅니다.
아이들도 보고싶군요, 소울 소윤 소미.
부디 모다 건강하시라.
반년도 금방이었으니 반년도 안 되는 남은 시간은 더욱 가까운 날일 테지요.
곧 봅시다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