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1일 불날 낮에 물 한 번 끼얹어야 했던

조회 수 1334 추천 수 0 2005.06.23 01:53:00
6월 21일 불날 낮에 물 한 번 끼얹어야 했던

가끔 전화를 주는 분들이 계십니다.
필요한 게 없냐 묻지요.
뭐 그냥 인사일 때도 있고, 정말 사서 보내고자도 하십니다,
특히 사적인 물건들을.
썩 자유로이 구할 수는 없으리란 짐작과 배려가 깔려있는 거지요.
그런 순간 이곳 삶의 자유에 대해 생각합니다.
밖에서 원하는 게 없으면 감옥 안에서도 자유로운 법이라던가요.
산골에 같이 살아도
어떤 이는 자유롭고 어떤 이는 억압되어 있습니다.
무엇이 이 둘을 그리 다르게 만드는 것일지요...
참, 밖에서 원하는 게 없다는 말이
안에 바라는 게 다 있다는 말을 뒤집은 건 아닌 줄 아시지요?

지난 해날 저녁에 채규가 엄청 화가 났지요.
"오늘 정근이 형 때문에 화났고, 정근이 형이 복도에서 나를 내던져서,
그리고 99%가 형이 잘못했어요"
푸하하, 퍼센트는 곳곳에서 열심히 쓰이고 있답니다.
"제 작업은 한 3%쯤 부족해요."
셈놀이 했습니다.
아이들끼리 해왔던 은행놀이를 본격적으로 같이 하려 나섰습니다.
저금 종류도 나오고 이자와 이자 소득세도 슬쩍 따져보지요.
겨우 통장과 돈을 만들고 나니 마무리해야할 시간입니다.
셈놀이 시간이 짧다고 원성이 자자하지요.
더구나 오늘은 아침밥상도 늦어 공부도 더디 시작했거든요.
게다 손풀기도 다름없이 했으니 겨우 한 시간이나 셈놀일 했나 싶어요.
"아무래도 검도를 줄여야할 것 같아요."
류옥하다의 해결안입니다.

검도에선 낙법도 배웠다지요.
한국화 시간엔, 포도잎 연습했고 포도송이 그려봤으니
합체입니다.
어찌나 그림이 되던지 한국화샘의 칭찬이 자자했더랍니다.
"아유, 저거 좀 봐요."
하늘이도 지용이도 정근이도 도형이도 어쩜 그리 잘들 그렸던지,
늘 칭찬받는 예린이 채은이 나현이만이 아니라
정말 채규, 혜연이, 혜린이, 령이도 그럴싸합디다.
류옥하다는 세 장을 그려놓고 그 경계선에도 두어 점을 찍어 연결을 시켜놨네요.

오후, 바깥 씻는 곳이 소란했습니다.
바지런한 모남순님이 애들을 끌어모았습니다.
황토는 이미 가라앉혀두었고,
오디는 아이들이 따라 즙을 냈습니다.
작년에 희정샘이랑은 감물을 열심히 들였댔지요.
모남순님도 희정샘 못잖습니다.
워낙에 아는 것도, 할줄 아는 것도 많고
그런 만큼 몸도 워낙에 잘 쓰시거든요.
동네 할머니들이 그가 일하는 걸 건너다보며 그러신답니다.
"어데서 농사 짓다 왔네."
"아니야, 해봤어, 틀림없어."
워낙 욕심껏 하니 한번씩 주기적으로 화악 아팠다가
다시 또 막 하시고 뭐 그러기를 거듭하는 게 험이긴 합니다만.
아, 물꼬에서 작년 밥알모임 내내 하셨네요, 농사일.
"이런, 그렇다면 물꼬가 키운 농사꾼이잖아."
그래요, 옷감에 들이던 물 얘길 하고 있었지요.
홀치기염도 하고 그냥도 하고
이리 저리 무늬도 만들어 보았답니다, 소금과 백반을 매염제로 써서.
이은순님도 강은주님도 김경훈님도 기웃거립니다.
저녁밥을 준비하러 올라온 조은희님도 거기 섰습니다.
아이들한테 소식을 전해들으며 덩달아도 물이 듭니다.
"매염제나 온도, 수세 이런 것 전반적으로, 이왕하시는 거니까, 익혀주심 좋겠어요."
"아직 안끝났는데요..."
한동안 여러 차례 하실 모양입니다.
처음 해보는 강은주님도
해봤던 이은순님도
모다 모다 신이 났더랍니다.
빨랫줄에 널린 옷이며 베갯잇들로 학교가 다 훤합니다.

퇴근하고 오신 신동인님이 학교 구석구석을 살피고 다니십니다.
중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시는 나이 많은 국어샘이
이 학교에서 늘 소사일을 해주고 계십니다려.

무지 더운 날이었습니다.
식구들이 모두 고생했지요.
그러나 읍내만 나갔다 와도 예가 얼마나 시원한지 우린 알지요.
엊그제 대구 가서는 꽤나 답답했더랍니다,
아빠랑 도시 친척집을 한 바퀴 돌고 왔던 류옥하다가
"아무래도 나 대해리 중독증인가 봐." 하였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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