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일 흙날 또 비

조회 수 1108 추천 수 0 2005.07.13 00:40:00

7월 2일 흙날 또 비

꽃 하나 영글고 피는 것도 얼마나 큰 사건인지요.
비 내리는 속에도 본관 건물 앞 꽃밭의 원추리들은
수직으로 내려오는 비 사이를 되받아치며 오르고 있습디다.
잠시 창 너머 흠칠대는 그들을 보는 속에
이즈음의 근심도 찰찰찰 흩뜨려지데요.
너무 작아 꽃이라 부르기 망설이는 질경이 꽃 하나도
그리 피고 지겠습니다,
그가 빗속에 파르르 잠깐 움찔거리는 것도 이 우주의 파장이 되겠습니다.

신문 저마다 한 장씩 들고 앉아 제 읽은 것들을 다른 이에게 나누는
'호숫가 나무' 시간이었습니다.
공동체가 어떤 점에서 우리에게 유익한가를 따져본 것쯤 되겠네요.
지난 4개월 동안 신문이라고 들여다보기는 거의 유일한 시간이었지 싶습니다,
정작 아이들은 밥상 머리에서 챙기는 일인데.
안봐도 세상은 잘도 돌테고
오고가는 사람들을 통해 세상 움직임을 아주 안듣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그리 놀랄 것도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산골살인지라
딱히 봐야겠다는 생각을 않아서도 신문은 멀었겠습니다.
뭐니뭐니해도 그만큼 틈이 없었던 까닭도 크겠지요.
그대가 지키는 세상, 안녕하니이까?

아이들은 어제 못다친 장구친 뒤
오후엔 춤추러 나갔습니다.
없어진 밥알 신동인님댁 큰 차 대신
김경훈님 한동희님 차들이 동원되었지요.
불러야할 사람도 사람이고 차도 차인지라
이렇게 무리하게 옮겨다니는 것에 반대하는 물꼬이므로
가을학기 나가기로 한 공부들은 아무래도 접어야할 듯 싶네요.
마음을 내어 오라 하신 여러 어른들,
배움을 나눠주지 못하시더라도 고맙고 또 고맙지요.
나중에 물꼬 형편이 나아지면, 혹은 그 편에서 올 짬이 나실 수 있다면,
그때들 뵙겠습니다.

읍내에서 돌아온 아이들은 연도 만들어 띄우고 뜨개질도 하고
나무블럭 '카프라'로 옷방에 모여 스타크래프트 비스무레한 것도 하였답니다.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전 우주를 평화로 끌어갔다나요.
어른들은 모다 포도밭에 붙어 포도봉지를 씌웠더라지요,
젊은 할아버지, 김경훈 아저씨, 기락샘,
밥알 김영규님, 한동희님, 모남순님, 한태현님, 신동인님, 조은희님,
그리고 머물고 있는 이은순님, 장선진님 말입니다.

방문자들이 머무는 일에 (물꼬가) 늘 소홀했습니다.
나날이 살아나가느라, 아이들 건사하느라,
아니 사실은 사람이(덕이) 모자라서 그러했지요,
오늘은 손님집으로 쓰이는 조릿대집에
모기장도 치고 빨래줄도 치고 전기도 챙겨보고 해우소도 손보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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