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8일 쇠날 갬

조회 수 1139 추천 수 0 2005.07.16 03:49:00

7월 8일 쇠날 갬

한 학기 내내
한 가지 중심생각을 놓고 깊이를 더해가며 배움의 바다를 헤엄치는 것을
여기서는 '중심생각 공부'라 부르고
이번 학기는 주에 이틀을 쓰는 '물이랑'이었지요.
물이랑이 마지막 정리를 하고 있습니다.
어제 머리들을 맞대더니 아무래도 만만한 게 연극이라는데,
뭐가 되려나 오늘은 본격적으로 밑그림을 그려보라 이릅니다.
그런데 다들 서로 필요한 걸 확인하고 움직이는 게 아니라
저 생각나는 대로 급한 대로 저마다 준비물부터 챙기러 나가기도 하고
하네 마네 의견이 분분하고...
일을 하는데 '일머리'가 있어야지요,
일이 어디로부터 어디로 흐를지를 가늠하는.
그게 자칫 효율이란 이름으로 그 진가가 덮히기 쉬우나
단지 효율로서가 아니라 일을 이해하고 익혀나가는데 더할 나위없는 방식이지요.
"일의 차례를 살피기!
서로 기운을 돋우기!
함께 하기!"
다음 시간 이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기대됩니다.
이런 기대가 아이들을 만나는 맛 아닐까 싶어요.
(어, '내가 원하는 대로'의 기대를 말하는 것 아닌줄 아시지요?)

영어를 끝내고, 연극 특강 이어진 날입니다.
멀리서 효립샘 오셔서 눈먼사람놀이를 큰마당에서 했습니다.
바다도 가고 학교도 가고 산도 가는,
소품을 써서 그걸 표현해놓고 서로 길을 안내하고 있었더랍니다.

사택 된장집에 불이 났습니다.
그토록 붙이려하면 눈 매캐하게만 하는 불이
붙지 않아야할 곳은 또 어찌 그리 잘 탄답니까?
비새는 건물 세를 주고도 발 뻗고 자는 교육청 사람들
가슴 덜컹하겠습니다,
그토록 지붕 좀 씌워 달랬건만...
밥알 식구들이 하느라고 지붕을 덮었는데도 억수같은 비가 벽을 좀 스몄나봅니다.
거기 있던 전선 하나에서 누전이 됐지요, 까닭이야 더 알아봐야겠습니다만.
전기도 때마다 살피지 않은 게 아니나 워낙에 낡은 건물이라, ...
자정에 일어난 불을 식구끼리 끄는 사이
119가 달려오고 동네 어르신들도 나오셨습니다.
다행히 저 위쪽 곶감집에서 아이들 잘 자주었고,
불이 이웃집들에 번지지 않았고,
사람일 모르는 거라고 화재보험을 둘이나 들어두었고,
방에서 주무시던 젊은 할아버지도 무사히 나오셨고,
심지어, 머잖아 다시 짓자던 바로 그 건물이 타주었던 겁니다.
덕분에 달려온 방문자 은순샘 선진샘과 한 밤에 오래 얘기도 나눌 틈이 있었고
얘기를 끝내고 새벽 4시 30분에 고추장집으로 오르던 상범샘과 희정샘이
다시 살아난 불을 발견해 물을 끼얹을 수 있었고...
모두 차분하게 잘 움직였더이다.
짬짬이 한 소방훈련 덕도 본 게지요.
참 고맙고 감사할 일입니다.
우리에게 불의 위험을 알리는 것으로 충분했던,
선함에 손을 드는 어떤 거대한 힘을 다시 느낀 귀한 밤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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