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8.28.물날. 흐림 / 고무신

조회 수 489 추천 수 0 2019.10.11 23:57:59


밖에 고무신을 벗어둔다. 젖어도 좋은 신발이다.

밤새 이슬에 젖기도 하지만 나 모르게 다녀간 비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여름 내내 내 몸을 실어 나르는 그이다.

더울 땐 신발 채 개울에 내려서서 첨벙거리고 나오기도 한다.

벗어두고 맨발로 걷다 다시 신고는 수돗가에서 후루룩 발을 말기도 쉽다.

그러는 사이 앞에 그려놓은 꽃그림이 다 벗겨졌다.


간밤에 가랑비 내리는 마당이었다.

밤사이 조금 더 내렸던가 보다.

젖은 신발을 벽에 기대 세운다.

어제 하루 종일 안개에 잠겼던 멧골,

동쪽 자락에 봉우리 사이로 구름을 걸치고 있는 아침이더니

해가 밀고 올라오는 더운 기가 있었다.

하지만 아직 해는 보이지 않았다.

정오가 되자 풀벌레들의 기운을 안고 천지가 문을 여는 느낌이다.

몸도 겨우 안개를 턴다.

오늘은 밖이고 안이고 일을 좀 해야지.


학교 마당도 달골도 부분 부분 풀을 매거나 벴다.

며칠 풀을 잡고, 아침뜨樂에 풀 사이 길을 내고,

지나간 주말이 남긴 쓰레기들을 치우고 다시 기숙사와 학교를 청소하고,

그러면 주말이 오고 산마을 책방을 하기를 삼 주째.

이번 주말이 마지막이네.


이웃 절집 스님이 저녁밥을 내셨네.

개척절인 그곳에서 한창 가람을 구성 중.

아침뜨樂이며 물꼬의 공간들이 뜻밖에도 구상을 돕게 되었는 바.

서로 마음이 닿았음이라.

서로 고마울 일이라.

종교는 아니지만 수행터로서 물꼬에서 본받을 게 있다니 감사할.


한밤중 전화를 받는다.

대화하는 법을 물어왔다.

잘 들어야할 테지.

대화기술의 문제만은 아닐 테지.

정말 그를 온전히 만나야 할 것.

그리고, 그의 말은 어쩔 수 없지만 내 말은 내가 골라 쓸 수 있지 않은지!

아울러 나만 좋은 지점 말고 너도 괜찮고 나도 괜찮을 지점을 찾는 것에 대해 말하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5034 2006.4.10.달날. 비 옥영경 2006-04-11 1228
5033 7월 25일 달날 더위 가운데 옥영경 2005-07-31 1228
5032 물꼬가 병원을 기피(?)한다고 알려진 까닭 옥영경 2005-07-16 1228
5031 3월 19일 흙날 맑음 옥영경 2005-03-21 1228
5030 152 계자 이튿날, 2012. 7.30.달날. 살짝 바람 지나고 가려지는 달 옥영경 2012-07-31 1227
5029 2011.10.31.달날. 맑음 옥영경 2011-11-11 1227
5028 2011 여름 청소년계자 갈무리글 옥영경 2011-08-01 1227
5027 2011. 6.25.흙날. 비 옥영경 2011-07-11 1227
5026 2008.10.18.흙날. 맑음 옥영경 2008-10-28 1227
5025 2007. 9. 1.흙날. 구멍 뚫린 하늘 옥영경 2007-09-23 1227
5024 2007. 4.27.쇠날. 맑음 옥영경 2007-05-14 1227
5023 2007. 2.17.흙날. 비 옥영경 2007-02-22 1227
5022 2006.9.3.해날. 맑음 / 가을학기 햇발동 첫 밤 옥영경 2006-09-14 1227
5021 9월 24일 흙날 맑음 옥영경 2005-09-27 1227
5020 9월 21일 물날 비 옥영경 2005-09-24 1227
5019 2012. 8. 4.흙날. 맑음 / 153 계자 미리모임 옥영경 2012-08-06 1226
5018 2009. 5.18.달날. 맑음 옥영경 2009-06-03 1226
5017 2007. 6.12.불날. 맑음 옥영경 2007-06-26 1226
5016 2007. 3.25.해날. 맑음 옥영경 2007-04-09 1226
5015 2006.12.22.쇠날. 맑음 옥영경 2006-12-26 1226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