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6. 9.해날. 구름 조금

조회 수 513 추천 수 0 2019.08.05 04:49:53


아침 수행을 하고 달골 아침뜨樂 돌계단 풀을 맨다.

거기만 매냐고들 하겠다.

아니. 거기가 주로 풀을 새로 매는 시작점.

그러니 이 봄학기만 해도 벌써 몇 바퀴를 돌았겠는가.

봄을 풀에서 먹고 자고 노는 듯한.

아가미길에서는 절반을 심고 절반을 위해 남긴 광나무에서

심을 것과 뺄 것을 고른다.

그리고 찌끼 나무를 아래로 내린다.


미궁도 다듬기를 한다.

다진 길 위로 잔디 사이 벽돌을 놓을 것이다.

얼마쯤 심었던 벽돌은 다시 패 냈다.

땅을 파고 심을 일이 아니었다.

때로 애썼으나 그것을 포기하기도 하며 명상정원을 만들어간다.

어디 이 자리 일만 그러하겠는가.

노력한 게 아까워 혹처럼 달고 가는 일이 있고는 한다.

어리석음이다.

더 나가지 않음을 다행으로 여기며 더러는 쌓았던 돌도 허물기로.


밥못 잔디 사이 쑥과 개망초와 풀들도 뽑아낸다.

햇발동으로 건너가서는 데크의 비어있는 화분 셋에 채송화 씨를 뿌린다.

사이집 앞으로 가서는 경계석을 놓아 동그라미로 만든 구역의 풀을 뽑고

역시 채송화 씨를 뿌린다.

또 어둠이 밀어내서야 마을로 내려선다.

낮밥으로는 냉면과 꼬마김밥과 참외를 먹었고,

저녁밥으로는 짜글이와 상추와 고추와 달걀찜과 오이무침이 오른다.

일은 일이고 밥은 또 밥이다.

어둔 저녁이라고 저녁밥을 건너는 게 아닌.

그러고 나면 책상 앞에서는 단 한 줄도 글이 되지 못한 채

자정이 금세이다.


누리집에 2019 여름 일정을 알린다. 해보자!

2년을 쉬었다. 두렵기도 하지만 내겐 또 동료들이 있잖은가.

안다, 아이들이 들어서는 순간 모든 걱정이 싹 사라지리란 걸.

물론 그 말이 걱정해야 할 일이 없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모든 부모가 아이들을 맞고

그것들이 나 하나 믿고 세상에 왔노라는 걸 깨달으며 강해지는 바로 그 순간처럼!


오늘은 아들이 내담자가 된다.

그가 경쟁과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릴 때가 있다.

누구나 그런 때가 있다. 얼마든지 그렇다.

맑으면 맑은 대로 흐리면 흐린 대로 때때마다 마음을 보여주어 고맙기도 하지.

어른은 그것을 듣는 존재.

들었다. 그리고 그저 내게 드는 생각을 말했다, 가르치려 드는 게 아니라.

엄마의 말이 힘이 있다고 말해주며 전화를 끊는 아들.

고맙다, 내 삶의 훌륭한 도반 하나.

내 영혼이 앓고 있을 땐 그가 상담자이듯

그가 그럴 땐 그가 내담자.

그러면 되지, 충분하지, 부모자식이라고 인간관계 맺기로부터 뭐가 다를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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