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본관 앞 꽃밭들 잡초 정리.
나무들 가지도 좀 치고.
오후, 아침뜨락 벽돌로 길 깔기가 이어진다.
지난 해날 아침뜨樂 들머리 계단 위 감나무 아래에서 옴자를 관통하는 길을 깐 데 이어.
옴자 끝 갈림길(아고라와 꽃그늘길로 갈라지는)에서부터 아고라 쪽으로.
수로에 이르기까지 풀을 패 내고 땅을 고르고 벽돌 놓기.
일을 하다보면 리듬이 있다.
춤을 추는 것과 다르지 않은.
그 부드러운 동선이 일을 더 편하게 하고 더 쉽게 하고 신도 나게 하고
일이 아니게(부담이지 않게) 하고.
무엇이나 그렇게, 사는 일도 그렇게 리듬을 탈 일이겠다.
저녁에 어른수업 하나 있었다.
그런데 일하는 현장으로들 왔네.
마저 깔자고 온 손들이 팔을 걷었더라.
“이래서 빠지고 저래서 빠지면 공부는 언제 하누?”
그러면서도 손을 놓지 않은 나였어라.
어두어오는 달골에서 손들이 움직였다.
나중에는 손전화의 등을 켜서들 일했네.
내려와 김치국밥을 끓여먹었다.
“옥샘 말씀대로 공부가 별 다른 게 있나요!”
맞다. 인문학 공부라고 책도 읽고 얘기하고 그림도 그리는데,
그것들이 일하는 움직임에 응축되고도 있는 걸.
서로 손이 부딪히지 않게 동선을 어찌 쓰면 될까,
내 몸에 덜 부담을 주면서 일이 제대로 하려면 힘을 어떻게 써야 할까,
벽돌들이 곡선을 잘 이루게 하려면 어느 정도의 각도여야 할까,
그러면서 단거리를 만들어내려면 또한 어떻게 해야 하지,
비탈진 곳에서 수평을 이루려면 어느 정도 한 쪽을 높여야 할까,
적지 않은 공부를 그곳에서 하고 있었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