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쨍!
눈이 녹는다. 쌓여도 고맙지만 녹아서 고맙다.
고립되어도 좋지만 열려도 좋다.
학교에서는 간장집 뒤란 잡초들을 정리하고,
달골에서는... 아침뜨락의 올해 마지막일이겠다.(정말?)
옴자를 제대로 긁어놓지 않으면
다시 글자모양을 만드는 일부터 또 시작해야 할 것.
이 겨울에 정비를 잘해두어야
풀이 무섭게 오르는 계절에도 모양새를 잘 갖출 수 있으리.
긁고 패고
잡초뿌리를 털고
수레로 옮기고.
‘사과’를 보냈다.
2015년 8월 16일이었고, 4년하고 4개월 열하루 만에.
사람의 나이로 서른여섯 다섯 달이 넘어 되는.
아이의 외가에서 새 식구로 왔던 날
사과나무아래서 그의 똥을 치웠으므로 ‘사과’로 불렀다.
집으로 ‘호텔 캘리포니아’와 사랑방으로 황토집을 거느렸던 사과였다.
털이 하얀 개로 학교를 오래 지켰던 그 사과 말이다.
그대를 응원함.
딱 1%의 힘이 부족해 보이는 품앗이 하나가
낼모레 시험 결과를 앞두고 있다.
겨우 사나흘이라도 그에게 힘 보태기.
마라톤에서 뭔가 막판 스퍼트(spurt; 전속력)를 위한 그 힘.
(하하, 학창시절 한 때 마라톤 선수였던 때가 있었다.)
그동안이라고 수행 때 떠오르지 않았던 것도 아니나
오직 그의 이름으로만 하는 대배 백배.
어른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게 별 없다, 밥이나 해줄까...
늦은 오후에 인근 도시를 다녀오다.
아이들 뒷간을 조금 화사하게 바꾸기 위한.
몇 가지 소품을 사와서 조합하다.
책방의 운동장 쪽 현관에 있던 유리 테이블도 뒷간 빈자리로 들이고,
칸칸이 작은 화분도 놓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