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 2.나무날. 조금 흐림

조회 수 481 추천 수 0 2020.01.20 12:48:37


 

연일 기온이 낮고

그래도 해가 나면 겉흙이 녹아 촉촉하다.

 

메일을 보냈다.

멧골 살아도 세상은 자주 이곳에 있고 또한 세상 속에 가 있다.

(...)

저는 요새 한 청년을 위해 아침마다 대배 백배를 해요.

힘 보태기이지요.

귀한 방학을 여기 와서 계자에 교사도 되고 밥바라지도 하고.

(말 나온 김에 찾아보니 201217일 물꼬 첫걸음한 친구이군요),

기간제교사로 일하면서 교사임용시험을 준비했고,

1차 합격하고 22일께 2차 시험을 볼 거여요.

저런 친구가 꼭 교사가 되어야 한다 생각게 하는 친구.

날마다 일하고 밤에는 시험을 준비했겠구나 싶으면서

제 게으름으로부터 저를 일으켰던 이.

어디 그이만 저를 일으키겠어요?

추위로 게으르다가 이번 계자에 모일 선생들 명단을 보다가

또 마음을 곧추세우기도 했지요.

이 거칠고 모진 곳으로 그들은 왜 때때마다 오는가, 그것도 너무도 괜찮은 사람들이,

그러면 또 살 힘이 솟아요.

내가 엽렵한 사람이라 알아주는 이가 오늘은 또 저를 일으켜주는군요.

저도 당신께 생각하면 힘나는 사람이도록

씩씩하게 살아야지! 해요.”

 

메일이 닿았다.

딸들과 짧은 여행을 다녀왔는데 하루 종일 노랠 불러 대서 애들이 그만하라고,

ㅎㅎ이건 내가 처한 환경과 아~무 상관없는 즐거움이라네.’

그럼, 그럼, 생이 어떠해도, 지금 상황이 가장 악적이어도

즐겁지 못할 게 뭐람, 노래를 못 부를 게 뭐람.

아이들이 그렇다. 작은 기쁨으로 큰 슬픔을 견디는 존재.

그래서 아이들이 더욱 좋다.

우리 정말 만나면 노래를 부르자고 해야겠다.

난 가끔 그런 질문을 한다,

상대가 좀 더 알고 싶을 때 무슨 노래를 좋아하냐고.

그 사람이 좋아하는 노래, 혹은 즐겨 부르는 노래를 알면

그의 정서를, 그 사람을 좀 이해하게 된달까, 그래서.

그대는 무슨 노래를 좋아하시는가?

 

계자라면 학교 본관에서 잠을 자는데 고쳤던 보일러는 왜 따뜻하지 않은가?

곧 계자 시작인데 설마 대대적인 공사를 요하는 거야 아닐 테지, 아니어야지.

, 강제순환모터를 돌려도 해결되지 않는,

사람이 쓰지 않을 때 보일러가 얼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가?

부동액을 넣는 방법도 있는데, 오래된 보일러관에도 가능한가?

여느 학교에서는 학교아저씨가 이런 문제를 해결한다지만

물꼬에서 학교아저씨의 역할은 연탄을 갈고 바깥청소를 하고 짐승들 멕이는 게 주.

이웃 설비기사 건진샘이 오고 하얀샘도 건너오고.

아궁이에서 분배기로 가는 관이 새는 부분이 있었다.

이 기회에 밖으로 노출된 분배기도 벽면에 비닐로 덮어주고 보온재 넣기.

설비기사도 이게 생업은 아니라 다른 일을 하는 중간에 와서 하는 일.

해서 오늘은 오늘 만치만.

다른 날 마저 하기로.

 

양준일이라는 재미교포 가수가 30년 만에 소환되어 연일 화제였단다.

과대해석되었건

천재나 영웅을 원하는 대중의 요구와 그걸 팔아먹고 사는 미디어가 만든 거품이건,

이제는 어미 아비가 되어 스무 살의 꿈을 잊었던 이들의 대리만족이건

그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무대에 서기로 했다 한다.

그에 대한 다양한 평가들이 나온 글 가운데 한 부분이 눈길을 끌었다.

그가 다분히 튀었던 건 사실이나 그건 당시 한국이 뒤떨어진 문화권이었기 때문이라며

마치 이미 랩 음악을 듣던 이들에게

서태지의 음악은 그냥 이것저것 짬뽕해서 들고 나온 카피캣에 불과할 뿐이었지만,

그는 아직도 뽕짝 음악이 1위를 하던 나라에서 어렵지 않게 문화 대통령이 되었던 것처럼.’

이라는 구절이었다.

1990년대 나는 당시 한국의 3대 천재로 서태지를 꼽기에 주저치 않았다.

이 지상에 완전한 창조가 어딨겠느냐만 음, 그랬군...

우리가 오래 산다고 해서 아는 영역이란 게 그리 넓지도 않다는 새삼스런 깨달음이라.

또한 우리가 내 마을을 벗어난 적 없이 산다한들 무에 그리 또 대순가 하는 생각도.

우리가 그 모든 걸 안다한들 무슨 소용이고

모른다한들 무에 문제인가 싶은.

모든 정보에 덤덤해지며,

그저 내 한 발과 다음에 내디딜 발만 보인다 한들

그 모든 게 인간사에 다, 다 무엇이란 말인가 싶은.

나는 그저 선하기로 하나니.

한편 불의를 알고 그에 맞서는 데는 주저치 않기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6614 계자 세쨋날 1월 7일 옥영경 2004-01-08 2088
6613 계자 네쨋날 1월 8일 옥영경 2004-01-09 2077
6612 운동장이 평평해졌어요 옥영경 2004-01-09 2157
6611 계자 다섯쨋날 1월 9일 옥영경 2004-01-10 2214
6610 계자 여섯쨋날 1월 10일 옥영경 2004-01-11 2203
6609 성현미샘 옥영경 2004-01-11 2526
6608 계자 일곱쨋날 1월 11일 옥영경 2004-01-12 2130
6607 계자 여덟쨋날 1월 12일 달날 옥영경 2004-01-13 1821
6606 계자 아홉쨋날 1월 13일 불날 옥영경 2004-01-15 1778
6605 계자 열쨋날 1월 14일 물날 옥영경 2004-01-16 2269
6604 계자 열 하루째 1월 15일 나무날 옥영경 2004-01-16 2138
6603 계자 열 이틀째 1월 16일 쇠날 옥영경 2004-01-17 2304
6602 계자 열 사흘째 1월 17일 흙날 옥영경 2004-01-28 1782
6601 계자 열 나흘째 1월 18일 해날 눈싸라기 옥영경 2004-01-28 1898
6600 38 계자 갈무리날 옥영경 2004-01-28 1659
6599 새해, 앉은 자리가 아랫목 같으소서 옥영경 2004-01-28 1786
6598 푸른누리 다녀오다 옥영경 2004-01-29 2553
6597 눈비산마을 가다 옥영경 2004-01-29 2347
6596 39 계자 첫날 1월 26일 달날 옥영경 2004-01-29 1775
6595 39 계자 이틀째 1월 27일 불날 옥영경 2004-01-30 2034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