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긋고 잠시 희끗 해라도 나오겠는 늦은 아침,

사이집 마당 풀을 좀 뽑았다.

축축하나 질퍽거리지는 않아 딱 풀 뽑기 좋은.

편백에 거름도 주다. 하얀샘이 실어다 놓은 거였다.

 

아침뜨락의 미궁에 들어 대나무 명상터 자리에

쇠파이프를 박고 둥근 파이프를 네 개 묶었다.

거기 대나무를 촘촘히 이어 박을 것이다.

홀로 들어가 온전히 하늘을 향할 공간.

대나무는 여러 식구들이 모였을 적 학교에서 올려다 놓았더랬다.

 

오후 다시 부슬비 내리는.

쑥국을 끓였다.

향이 강해서 정작 국을 끓이는 나는 손이 잘 가지 않은 음식이지만

봄이 담겨 사람들에게도 갔다.

약 같은 봄나물들이다.

 

서울에서 새끼일꾼 하나가 다녀가고 싶다 연락해왔다.

모두들 학교도 못 가고 묶여있으니 답답할 것.

아직 물꼬는 코로나19로부터 먼 곳.

자신은 괜찮다지만

부모들로서는 기차를 타고 오는 것이 아무래도 걱정일.

사람들이 더러 드나들고 있는 참이다.

당장 어여 오라 전했는데...

 

아이들은 도라에몽을 좋아했다.

지금도 그런가...

우리 집에서는 도라에몽이 여전히 인기다,

어린 아이가 없는데도.

나만 해도 가끔 씩씩한 발걸음이 필요할 때면 도라에몽 주제가를 부른다.

멀리 떨어져 사는 식구들이 한동안 즐겁게 한 대화에도 곧잘 등장한.

“‘어디로든 문이 있으면 좋겠다.”

멀리서 차를 몇 차례나 갈아타고 왔던 남편이 하는 말이었고,

아들이 멀리 대처 나가 있을 적 엄마가 보고플 때면 하는 말이기도 했다.

오늘 도라에몽의 작가 후지코 F. 후지오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만화가가 되고 싶었지만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에 시달렸고

시달릴수록 좋은 작품은 나오지 않았다지.

그때 자신 속에 울고 있는 어린아이를 발견하고

상처의 말을 많이 들어서, 정말 자신이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아이,

그 아이가 상처를 극복하길 바랐고

그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소년을 위로했다고.

노진구는 만화가 자신이었고,

도라에몽을 통해 그 소년을 안아주고 싶었다는.

울고 있는 아이를 내버려두지 말 것.

그가 내 안의 아이든, 바깥의 누구이든!

교사는 먼저 사는자이고,

우는 아이를 안아주는일이 첫째 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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