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2.22.나무날.밤새 눈 내린 뒤 맑은 아침 / "너나 잘하세요."

이번 학년 마지막 수영을 결국 못가게 되었습니다.
사고 난 차가 돌아오지 못했으니까요.
아마도 한참을 그러거나 아주 못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많이도 아쉬워들 하였지요.
수영장 샘들한테야 언제 따로 인사를 드려야지요.
대신에 여유로이 학술제 준비를 좀 하였습니다.

마지막 식구모임이 있었습니다.
놀이에 끊임없이 등장하는 앙숙 쥐와 고양이가 나와 방을 누볐고
마녀가 나타난 성 앞에서 살금거리며 놀기도 하였지요.
얼마 만에 함께 한 대동놀이던지요.
온 식구들이 참말 즐거웠더이다.
"누가 진행을 맡든 한데모임이
북적이는 놀이와 고요한 놀이로 식구들이 같이 어울리며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한 해를 돌아보았지요.
"흐지부지 끝난 검도가 아쉬워요."
령입니다.
"먼 길을 돌아서 지난 여름 물꼬에 돌아왔습니다.
아이들도 (스스로)많이 컸고, 주위 어른들이 잘 키워놓아서도 보기 좋았습니다."
열택샘이었지요.
"물꼬에 내일이면 꼭 만 2년이 되네요.
내년에 더 잘해야겠습니다."
젊은 할아버지십니다.
"좋은 일도 있었고 나쁜 일도 있었는데,
한 해가 정말 짧은 것 같애요."
나현이가 이어가네요.
"한국에 두 차례 들어오면 한 해가 갑니다.
물꼬 공동체가 전체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갈등을 풀어나가길 바랍니다."
기락샘이지요.
채규가 한국화가 어쩌구 하며 말문을 여는데,
모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지 않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자신을 잘 받아주어 고맙다 뭐 그런 거겠지요.
"인사해야겠지요?"
넌지시 던졌더니, 멋쩍게 웃으며 꾸벅했답니다.
고 귀여운 맛에 또 데불고 산다지요.
"처음 학교를 하고 처음 공동체를 하며 생긴 일들이 참 많았습니다.
나아지겠지요."
상범샘이 그러네요.
"스스로공부시간을 충분히 쓰지 못해 아쉬워요.
하루는 늦게 가는데 일년은 빨리 가요."
"맞은 말이다!"
채은이의 말을 류옥하다가 받습니다.
"1년 동안 재밌는 일도 많았고 안 좋았던 일도 많았는데
아이들은 즐거웠던 일을 더 많이 얘기하는데 반해
어른들은 싫었던 일을 끄집어내고 또 끄집어내서 더 싫어하고..."
희정샘은 나이 스물에 불렀던 '나이 서른에 우린'을 떠올리며
나이 마흔을 그려본다 합니다.
"순식간에 일년이 갔고, 방학이 기대돼요."
도형이 곁엔 류옥하다가 앉았지요.
"월악산 갔던 것과 지리산 간 게 참 좋았어요.
제가 3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인가 봐요, 천왕봉 일출도 보고."
돌아가는 대로 그림이 따라 돌아 보이는 등을 주마등이라 하였나요.
정말 지난 한 해가 그리 지나갑디다.
"예, 불도 나고 아이들도 나가고 차 사고도 나고...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지요.
함께 한 시간 정말 행복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참으로 많은 이들이 물꼬를 키워오고 있었지요, 잘 살아 다른 이들에게 갚아얄 것입니다.
저는 요새 제가 정말 이 세상 어느 곳에 잘 쓰일 수 있을까를 깊이 고민하고 있답니다."
그리고 한 영화에서 여배우가 했던 유명한 대사를 꺼냈더이다.
"너나 잘하세요."
그래요, 나나 잘해야겠습니다.
아, 이것의 더 정확한 의미는 '나부터' 잘해야겠단 말일 테지요,
누구를 탓할 일이 아닐 겝니다.

아이들과 잔다고 약속해왔던 밤입니다.
무서운 이야기 11탄.
제 어릴 적 살았던 동네의 온 사람들이 다 불려나와 또 팔려갑니다.
이제 그 동네의 이 골목 막바지엔 누가 살고 인규네 초가가 어디쯤이며
돌랫집 가는 길 모퉁이 우물가는 어데껜지
아이들은 죄 꿰고 있습니다.
고양이가 된 정도 동생 미경이의 슬픈 사연은 겨울밤을 한 시간이나 밀어냈지요.
남자 아이들이 돌아가고 여자방에서 채은이 나현이 하다랑 나란히 누웠습니다.
노래도 부르고,
우리들이 보낸 시간들, 특히 산오름 이야기로
글쎄, 자정에야 잠자리에 들었더랍니다.
오랜만에 모인 이모들 틈에서, 밤새 이바구하는 할머니들의 새벽에서
깨가 쏟아지던 어린 날이 겹쳤습니다.
우리들은 무엇이 그리 즐거웠던 걸까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5356 12월 25일, 학술제가 있는 매듭잔치-셋 옥영경 2005-01-02 1262
5355 9월 16일 나무날 비오다 갬 옥영경 2004-09-21 1262
5354 9월 9일 나무날 먹구름 있으나 맑다고 할 만한 옥영경 2004-09-17 1262
5353 2011.11. 5.흙날. 젖은 있는 땅 옥영경 2011-11-17 1261
5352 11월 빈들 여는 날, 2010.11.26.쇠날. 맑음 옥영경 2010-12-12 1261
5351 2008.12. 8.달날. 질퍽거리는 길 옥영경 2008-12-26 1261
5350 3월 29일 불날 어깨에 기분 좋게 내려앉는 햇살 옥영경 2005-04-02 1261
5349 3월 17일 나무날 비내리다 갬 옥영경 2005-03-21 1261
5348 9월 14일 불날 흐림 옥영경 2004-09-21 1261
5347 2008. 8.21.나무날. 종일 비 옥영경 2008-09-13 1260
5346 2007. 4. 7.흙날. 흐리다 맑음 옥영경 2007-04-16 1260
5345 7월 28일 나무날 비 옥영경 2005-08-01 1260
5344 11월 28일 해날 맑음, 학교 안내하는 날 옥영경 2004-12-03 1260
5343 9월 8일 물날, 머리 좀 썼습니다 옥영경 2004-09-16 1260
5342 2011. 6.23.나무날. 후두둑 비, 감꼭지도 옥영경 2011-07-08 1259
5341 2008.10.19.해날. 가라앉아가는 하늘 옥영경 2008-10-28 1259
5340 2008. 4.27.해날. 맑음 옥영경 2008-05-15 1259
5339 2007. 3.28.물날. 흐리다 비바람 천둥번개 옥영경 2007-04-09 1259
5338 2007. 3.27.불날. 정오께 짙은 구름 들더니 빗방울 옥영경 2007-04-09 1259
5337 2006.4.14.쇠날. 맑음 옥영경 2006-04-15 1259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