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새벽, 이 아침을 선물하고파 엉덩이가 들썩였네.

어제 안하던 일(풀을 베고 매고 긁고)을 한 도시 엄마 다섯은 기척이 없었다.

마침 비도 내리고 아직 하늘기운 어두웠다.

덩달아 한잠을 더 자고 햇발동으로 건너가 사람들을 깨웠다.

어제 감기기운이 있었던 인교샘을 남기고 모두 나왔네.

느티나무삼거리에 서서 허리띠처럼 마을을 둘러친 먼 산을 보다.

구름도 걸려 넘지 못하고 있는 멧골.

 

아침뜨락에 들었다.

우중산책이라.

아고라에 들어 젖은 돌 위에 앉지 못해도

돌아가며 '말씀의 자리' 앞에 서서 마음을 보내고 받고.

달못을 돌고 돌의자에서 마을을 오래 내려다본 뒤

아가미길을 걷다.

잘했다, 잘했어, 다른 곳은 못 쓸어도 아가미길 풀을 긁고

못다 한 곳 어제 아침 바삐 좀 뽑고 했더랬지.

대나무기도처에 들어 하늘이랑 만나고,

그리고 미궁을 따라 게송과 함께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밥못도 들여다보고 꽃그늘길로 내려서다.

 

어느새 비 멎고 다시 느티나무삼거리에 둘러섰다.

, 바람이, 바람이, 바람이 풍경을 건드렸다.

이 아침 멧골이 건넨 선물이었다.

근데 현삼회가 뭐라?”

그 이름으로 한번에 등록들을 하셨기에 물은.

어떤 심오한 낱말이려나 하고.

하하, 현대아파트와 삼성래미안아파트에 살던 이웃들이라지.

아파트 앞글자 한 자씩 빼온 것.

20년 아이들을 같이 키웠더란다.

이즈음의 이네 모임의 주제가 고향찾기라던가. 

이번에 인교샘의 제2의 고향인 물꼬로 오게 되었다는. 

몰랐다, 물꼬가 그에게 그만큼인 줄. 고마웠다!

 

학교로 내려와 수행방에 들었다.

수련하고, 대배 백배, 그리고 호흡 명상.

바람 좋은 사이로 새들이 노래를 옮겼다.

고맙다, 이 아름다운 아침을 같이 열고 있어서.

귀하다, 지어진 이 연들이.

 

콩나물국밥을 진하게들 먹고들 갈무리모임 뒤 갈무리글을 쓰고 있을 적

임진샘이 떡볶이를 좋아하신다기

낮밥으로 준비했던 것들 밀치고 서둘러 떡볶이를 했더랬다.

단호박죽도 해주고팠는데, 할 짬도 먹을 짬도 없었고나.

 

사람들이 버스에 오르고,

대처식구들도 달골서 내려와 습이들 산책을 시키고

차곡차곡 해넣은 반찬들을 싸서 떠나다.

운동장에는 예초기가 돌아갔고, 달골에선 햇발동을 치워냈다.

큰 태풍이 가까워진다고 했다.

학교며 달골이며 창들을 꼭꼭 여몄다.


긴 긴 여름일정이 끝났는 줄 아셨던가,

혼례 소식과 170계자 부모 소식 하나가 닿았다.

동생과 함께 계자를 왔던 아이가 자라 새끼일꾼이 되고 품앗이가 되고,

직장을 가고 혼례를 올린다.

고마워라. 잔치 소식도, 잘 성장해서도.

아이가 계자를 다녀가고 엄마가 어른의학교를 다녀가고

큰 애가 오고 작은 애가 이어 오고

그리고 논두렁이 되셨네.

물꼬식구로 들어오시고 나니 더욱 어여어여 인사하고팠더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614 새 노트북컴퓨터가 생기다 옥영경 2003-12-10 2595
6613 2019. 3.22.쇠날. 맑음 / 두 곳의 작업현장, 아침뜨樂과 햇발동 옥영경 2019-04-04 2578
6612 대동개발 주식회사 옥영경 2004-01-01 2571
6611 7월 8일, 요구르트 아줌마 옥영경 2004-07-19 2569
6610 165 계자 닷샛날, 2020. 1.16.나무날. 맑음 / ‘저 너머 누가 살길래’-마고산 옥영경 2020-01-28 2568
6609 푸른누리 다녀오다 옥영경 2004-01-29 2567
6608 서울과 대구 출장기(3월 5-8일) 옥영경 2004-03-10 2559
6607 똥 푸던 날, 5월 6일 옥영경 2004-05-12 2558
6606 성현미샘 옥영경 2004-01-11 2540
6605 경복궁 대목수 조준형샘과 그 식구들 옥영경 2003-12-26 2515
6604 6월 6일, 미국에서 온 열 세 살 조성학 옥영경 2004-06-07 2496
6603 아이들이 들어왔습니다-38 계자 옥영경 2004-01-06 2488
6602 김기선샘과 이의선샘 옥영경 2003-12-10 2486
6601 장미상가 정수기 옥영경 2004-01-06 2485
6600 물꼬 사람들이 사는 집 옥영경 2003-12-20 2467
6599 122 계자 이튿날, 2007.12.31.달날. 또 눈 옥영경 2008-01-03 2451
6598 새금강비료공사, 5월 11일 불날 옥영경 2004-05-12 2436
6597 장상욱님, 3월 12일 옥영경 2004-03-14 2394
6596 [바르셀로나 통신 3] 2018. 3. 2.쇠날. 흐림 / 사랑한, 사랑하는 그대에게 옥영경 2018-03-13 2374
6595 눈비산마을 가다 옥영경 2004-01-29 2357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