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씨년스런 아침 8시 햇발동에 사람 맞을 준비를 한다,

물꼬스테이나 다른 행사가 아니라 공사를 위한.

아무리 일이 벌어진 현장이라지만 첫 방문자를 너저분한 속에 맞고 싶지는 않다.

그의 좋은 아침을 위해서도 가지런한 공간이면 좋지 않겠는지.

덕분에 필요한 물건을 그 자리로 보내는 일이 되기도.

수도가 아니라 결국 보일러에서 물이 새는 게 맞았고,

그 결정에 이르는데 몇 곳을 깼다.

그 자리에 있던 물건들도 한쪽으로 밀려 먼지를 뒤집어썼고,

깨놓은 시멘트 조각들이며 쓸어놓았다 해도 너저분한.

곧 사람들이 왔고,

1층 보일러 공사는 한 달 가까운 씨름 뒤에야 결론을 보았다.

전체 배관을 다시 하는 게 아니라 문제가 된 부분만 고치기로 최종안을 모두 수용했다.

작업은 내일 당장이다.


이틀에 걸쳐 교무실 청소를 했다.

바닥 쓸고 닦고 책상 걸레질이야 흔하지.

대청소다 대청소.

어제 오후 다섯 시간에 이어 오늘 두어 시간을 더.

마침 요즘 물꼬 설비기사 노릇하느라 하루걸러 들어오는 건진샘 왔기

전열기구들 정비하며 복사기 주변 정리를 시작했던.

하루 법정노동에 미치지도 못하는 도합 일곱 시간,

그거 한번이 하루거리도 아니 되는 걸 뭐 그리 일이었다고!

그런데 여기(산마을) 사는(너른 살림) 게 그렇다.

돌아서면 이 일, 돌아서면 저 일,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리 너저분하게 널어놓고 살 수밖에 없는.

날마다 닥치는 일을 해내느라, 하루하루를 살아내느라.

어느새 물건은 쌓이고(특히 계자 앞두고) 먼지도 앉을 것이지만

그렇게 또 구석 청소를 한다.

여럿이 썼던 교무실을 현재는 혼자 쓰고 있다. 오래 되었다.

밖에서 들어오는 샘들이 드나들며 쓰지만 대체로 혼자다.

그래서 때로 개인 방처럼 쓰이기도 했던.

물꼬에서 내 생활 중심이 거의 그곳인.

계자 때는 아예 잠자리도 거기.

아직 물꼬에서 거처가 불분명해서 이고지고 다니는 물건들이 또한 함께.

거기에 계자며 큰 행사라도 있으면 교실 물건들이 임시로 들어와 혼잡하기 더한.

2003년부터 놓여 이동 한번 없이 나무처럼 자리 잡은 책도 있다.

나도 그처럼 나무 같으나 그루터기랄까, 나뭇등걸?


정리가 끝이 아니다.

다시 제대로 쓰일 때 정리가 빛나는 법.

좋은 계기가 될 게다.

한 시절을 정리하였으니 새 시절 아니겠는가.

그렇게 한 시절을 정리했다. 요새 자주 하는 말이다.

다시 돌아가지 못할 혹은 돌아가지 않을 시절을

툭 쳐 보내는 게 요즘의 이곳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6494 5월 20일, 북한 룡천에 보낸 돈 옥영경 2004-05-26 1718
6493 5월 20-21일, 색놀이에 빠진 아이들 옥영경 2004-05-26 1734
6492 5월 21일 쇠날, <오늘의 한국> 취재 옥영경 2004-05-26 1590
6491 5월 22일 흙날, 대구출장 옥영경 2004-05-26 1893
6490 5월 23일, 모내기와 아이들이 차린 가게 옥영경 2004-05-26 1649
6489 5월 25일 불날, 복분자 옥영경 2004-05-26 1960
6488 5월 26일, 부처님 오신 날 옥영경 2004-05-31 1759
6487 5월 27일, 손말 갈무리 옥영경 2004-05-31 1578
6486 5월 28일, 봄학기 마지막 날 옥영경 2004-05-31 1483
6485 5월 29일-6월 6일, 찔레꽃 방학 옥영경 2004-05-31 1626
6484 5월 29일, 거제도에서 온 꾸러미 옥영경 2004-05-31 2177
6483 5월, 부엌에서 옥영경 2004-06-04 1536
6482 5월 31일주, 들에서 옥영경 2004-06-04 1547
6481 5월 31일, 권유선샘 들어오다 옥영경 2004-06-04 2161
6480 찔레꽃 방학 중의 공동체 식구들 옥영경 2004-06-04 1893
6479 "계자 94"를 마치고 - 하나 옥영경 2004-06-07 1925
6478 6월 6일, 미국에서 온 열 세 살 조성학 옥영경 2004-06-07 2492
6477 6월 6일, 찔레꽃 방학을 끝내고 옥영경 2004-06-07 2033
6476 6-8월 여름방학동안은 옥영경 2004-06-11 1626
6475 6월 7일, 조릿대집으로 재입주 옥영경 2004-06-11 1472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