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樂 달못에는 연꽃이 터졌다.

설레게 하던 꽃봉오리의 며칠, ‘마침내’라는 말로 놀란 듯 피었다.

뜨락으로 꾀꼬리도 찾아들었다.

어린 노랑머리가 앳된.

며칠 사람 없을 줄 아는 모양이다.

사람 비면 더 바쁜 꽃과 새들이라.

사람 사는 일이 결국 그들을 밀고 자리를 차지하는 일인 듯.


비 쏟아지는 밤길을 운전하고 있었다.

어느 때보다 어려운 길이었다.

며칠 글 쓴다고 앉았기도 했지만 역시 이젠 노안이라.

길을 잘못 들기도 했다.

9월에 내려는 걷기여행 원고 수정을 엿새로 잡았으나,

겨우 어제부터 좀 만졌고, 결국 마감 마지막 날을 맞았다.

그 참, 어쩌자고, 활자로 남을 것인데...

내일 이른 아침 청주공항에서 비행기를 탈 일이 있어

대전 물꼬안식구 하나의 집에 한밤 도착했다.

비행기를 탈 때까지 초치기를 해야 할 모양이다.

거실에 자리 잡고 다시 랩탑을 켰다.


이것도 습이다.

비행기를 탈 일이면 꼭 전날 날밤이다.

처음에는 몸을 최대한 고단케 하여 비행의 고단을 덜려는 전략이었던가 싶은데,

비우는 동안 그 시간을 미리 당겨쓰려니 더욱 그리된다.

돌아와서 다시 나머지 빈 시간을 끌어다 채우는.

오늘만 해도 낼 아침 최대 6시까지 원고 교정으로 달리고,

서둘러 가방을 챙기면 06:30 청주공항을 향해 출발할 수 있을 것이다.

끝 페이지를 읽어보고는 마감을 할 수 있으려나.


정오를 지나며 들이붓듯 쏟아지는 비였더랬다.

인근의 벗이 죽을 들여 주었다.

그야말로 두문불출 원고 앞이었으니.

사람 하나 살리는데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그의 일생에 닿는지.


이제 가을푸성귀들 씨앗을 뿌려야지.

학교아저씨는 오전에는 밭을 정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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