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3.23.흙날. 봄눈

조회 수 644 추천 수 0 2019.04.04 17:45:16


어제부터 아침뜨樂 미궁 자리에 잔디 경계석으로 벽돌로 심고 있었다.

이웃에서 파란벽돌을 60여 장 또 얻어왔다.

일부는 사이집 수돗가를 만들 용도로 두고 아침뜨樂으로 다 올렸다.

한 번에 다 할 일은 아니다.

명확하게 경계가 필요한 부분에 우선으로.

무리하지 않고 조금씩.

수차례 길이(사이)를 재보면서.

일을 하다보면 늘 는다. 딸리는 일이거나 넓혀지는 일이거나.

아침뜨樂 눈동자 돌확 둘레에도

공사에서 남았던 구멍 세 개짜리 빨간벽돌을 실어와 경계석을 놓는다.

미궁 자리에서 떼어낸 잔디를 그 안으로 옮겨도 심었다.

나머지는 달못 사면 쪽으로 옮겼다. 먼저 풀을 뽑고.

질긴 쑥,

쑥의 생명력을 알아낼 수 있다면 지구 한 쪽 굶주린 인류를 얼마든지 다 구하고 말.

말갛던 하늘이 금세 낮아지더니 등 위로 눈발이 내려앉았다.

마저 해야지, 하지만 호미질보다 빠르게 굵어지는 눈이었다.

산마을에 봄눈 펑펑 내리구요,

불어난 살림 잔디를 늘여요,

점점 하늘은 검어지구요,

아직 끝이 아닌데,

그래도 날아가는 마음이어요,

복되게 호미질을 했다.

이런 순간 사는 거 같이 산다고 느낀다.


눈보라가 마구 덮칠 녘 마을로 내려온다.

퍽 일 많은 들녘에서 돌아오는 저녁의 농부처럼

마음이 배부른 걸음이었다.

들어와 잠시 앉았는데 벌써 얼굴이 발그레해졌다.

노곤해져서 졸음이 쏟아졌다.

밖에는 눈 내리고,

저녁상을 물리고 바느질을 잡았다.

정련해서 마름질해야 함을 잊어 줄어든 천을 팽팽하게 펴는 게 더 일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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