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꼬가 병원을 기피(?)한다고 알려진 까닭

조회 수 1224 추천 수 0 2005.07.16 03:56:00

"물꼬에서는 왜 병원에 가는 것을 기피하는 겁니까?"
자주 듣는 물음이어, 혹여 대답이 될까하고 한참 전에 쓴 글 하나 올려둡니다.

--------------------------------

< 삶의 기술을 되찾는 공부 >

2년여 남짓 남의 집살이를 하고 돌아다닐 때는
딴엔 긴장하느라 그럭저럭 견딜만 했지만
긴 여행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제 무릎은 이미 아주 심각하게 상해있었습니다.
대여섯 해도 더 되지 싶은 병력을 가진 이 녀석을
약없이 치료를 해오던 참이었지요.
걷기조차 힘들어지자 한의원이라도 갈까 해서
지금 상태를 점검해보러 양방 병원을 찾았습니다.
MRI를 찍으라데요
요새는 웬만하면 그것부터 찍으라고 해요.
연골이 보통 사람들과 다르게 생겼다는 수확은 있었지만
오래 전 X-레이를 통해 얻은 결과랑 별 다르지가 않았습니다.
그런데 MRI라는 것이 미세한 많은 질병을 찾아내기는 하겠지만
그 기술이 병원에서 으레 거쳐야 하는 절차가 되면서(값은 또 좀 비싼가요)
정작 의사들이 질병을 유추하는 능력은 잃게 만들지 않았나 싶데요.
보다 기계에 의존하면서
그들의 감각이 보다 무디어지지 않았겠나 짐작됩디다.
흐릿한 사진 한 장으로 그 속내까지도 다 읽어내던 기술은
이제 별반 쓸모없는 일이 되고 말았겠지요.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닙니다.
꼭 의사가 아니더라도 자기나 제 식구들의 건강문제를
어느 정도까지는 스스로 책임질 줄 알았던 것 말입니다.
민간요법이라는 영역이 그것의 큰 부분 아니던가요.
그런데 지금은 심지어 사람이 나고 죽는 일까지
그 엄청난 경험의 세계가 그만 병원 안으로 들어감으로써
우리가 익히 알아왔고 자주적이었던 한 세계를
고스란히 잃어버리고만 것입니다.
이제 더는 태어나는 아이를 받아낼 줄도 모르고
식구 하나가 또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죽음의 귀한 과정에서
제 손으로 할 수 있는 기술 같은 것은
병원 담 밖에서는 거의 남아있지를 않습니다.

아이가 하나 배가 아프다고 찾아옵니다.
엄마가 너무 보고싶은 건 아냐?
해림이랑 싸웠니?
혹 마음이 언잖아 배가 불편해진 건 아닌가 먼저 헤아려봅니다.
그게 아니다 싶으면
흐린 윗물도 아래로 흐르며 맑아지는 시냇물처럼
우리 몸도 스스로 나아지는 힘이 있을 거다,
좀 기다려보자 합니다.
그래도 나아지지 않으면
우리 몸이 자연에서 왔듯
그 몸을 낫게 하는 것도 그 안에 있을 게다...
굳이 설명이 오래인 것은
약을 신봉하다시피 하는 요새 아이들이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에야 두부로 매실로 효소로 만든 약들을 들이댑니다.
더러 침을 놓기도 하구요.
정 안되겠는 때에야
비로소 파는 약을 먹이거나 병원을 가지요.
물론 피 줄줄 흐르는 상처를 그렇게 미련하게 대하진 않다마다요.

스스로 삶을 관리할 줄 알았던 힘을
정녕 되찾고 싶습니다!

(2003.11.11.물날)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34 2005.11.3.나무날.맑음 / 저수지 청소 옥영경 2005-11-04 1422
633 2005.11.17.나무날.맑음 / 끽소리 못하고 그냥 쭈욱 옥영경 2005-11-20 1422
632 3월 7일 달날 맑음, 봄을 몰고 오는 이는 누굴까요 옥영경 2005-03-10 1423
631 7월 2일, 그룹 <포도밭> 옥영경 2004-07-13 1424
630 125 계자 여는 날, 2008. 7.27.해날. 맑음 옥영경 2008-08-01 1425
629 2007.10.29.달날. 세상 바람이 시작되는 대해리 옥영경 2007-11-09 1426
628 3월 16일 물날 안개 자욱하다 기어이 비 옥영경 2005-03-17 1427
627 108 계자 열 나흗날, 2006.1.15.해날. 달빛 고운 밤 옥영경 2006-01-19 1428
626 2007.12.24.달날. 맑음 옥영경 2007-12-31 1428
625 4월 6일 물날 촉촉하게 내리는 비 옥영경 2005-04-07 1429
624 2005.10.25.불날.흐림 / 늦은 1차 서류들 옥영경 2005-10-26 1430
623 2008. 1.21.달날. 눈 옥영경 2008-02-20 1431
622 2008. 5.18.해날. 비, 저녁에 굵어지다 옥영경 2008-05-31 1432
621 5월 15일 물꼬에 없는 스승의 날 옥영경 2004-05-21 1433
620 7월 1일, 오늘은 무엇으로 고마웠는가 옥영경 2004-07-13 1433
619 4월 8일 쇠날 뿌옇게 밝네요 옥영경 2005-04-15 1433
618 2007. 3.24.흙날. 비오다 갬 옥영경 2007-04-09 1433
617 2008. 4.26.흙날. 바람 불고 추웠으나 / 네 돌잔치 옥영경 2008-05-15 1433
616 126 계자 닷샛날, 2008. 8. 7.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8-08-24 1433
615 108 계자 닷새째, 2006.1.6.쇠날. 꽁꽁 언 대해리 옥영경 2006-01-08 1434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