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잤고 잘 일어났다.

기온이 좀 올랐나 보다. 마음이 한결 낫다.

재밌기도 하지, 사실 상황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몇 가지 관청과 해결해야 할 건에 대한 부담은 그대로 있는데 말이다.


수십 년 이어온 잠의 습관을 바꾸고 있다.

새벽 서너 시는 기본, 네다섯 시에 자기도 예사였던 밤이었다.

그렇다고 아침이 그리 늦은 것도 아니었다.

전체적으로 잠이 퍽 적었던. 잠이 없어서는 아니고 하루흐름이 그리 되었다.

자정을 넘기지 않고 몸을 뉘고, 그리고 대여섯 시 일어나 수행하기.

가끔 어긋버긋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오늘은 세상과 교통하는 날인가 보다.

며칠 다시 낮아진 기온으로 웅크리다 이 아침 힘을 내고 수행을 하자마자

품앗이샘 하나의 문제가 들어왔다.

‘옥샘, 어제 읽은 책을 아침에 다시 살펴보는데, 옥샘 생각이 나서요!

사랑해요, 옥샘.’

그리고 펼친 책을 사진으로 보내왔다.

‘명상은 삶의 매 순간을 깊이 사는 것이다. 명상을 통해 우리는 파도가 오로지 바다로 이루어져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역사적인 차원과 궁극적인 차원이 하나임을 깨닫는다. 파도의 세계에서 살고 있는 동안에도 우리는 바다를 만나고, 파도가 단지 바다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파도만 만난다면, 우리는 고통받을 것이다. 그러나 바다와 만나는 법을 배운다면, 큰 위안을 얻을 것이다. 절대 세계에 이를 때, 우리는 많은 걱정들로부터 해방된다. 과거에 우리를 화나게 했던 일들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바로 어제 일어난 일이라 해도 아무 상관이 없다. 그대가 무한한 시간과 공간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해 보라.’


지난해 암투병을 한 학부모의 문자도 닿았다.

‘사는 게 그때 하지 않으면 자꾸 미뤄지게 되는 게 있더라구요. 맘 먹었을 때 가서 뵐께요.’

지금, 보고 싶다, 그립다, 생각한다, 기도한다,

그리 말 못할 게 무어겠는가.

그에게 말한다, 그-립-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6642 너무 건조하지 않느냐길래 옥영경 2003-11-04 4360
6641 완기의 어머니, 유민의 아버지 옥영경 2003-11-06 4460
6640 흙그릇 만들러 다니는 하다 신상범 2003-11-07 4428
6639 이불빨래와 이현님샘 옥영경 2003-11-08 4335
6638 민건협 양상현샘 옥영경 2003-11-08 5007
6637 뚝딱뚝딱 계절학교 마치고 옥영경 2003-11-11 4405
6636 가족학교 '바탕'의 김용달샘 옥영경 2003-11-11 4521
6635 대해리 바람판 옥영경 2003-11-12 4456
6634 출장 나흘 옥영경 2003-11-21 4210
6633 신길샘, 그리고 경옥샘과 윤희샘 옥영경 2003-11-27 3185
6632 아리샘 옥영경 2003-11-28 2764
6631 11월 17 - 23일 옥영경 2003-12-08 2732
6630 물꼬에 사는 아이들 옥영경 2003-12-08 2628
6629 물꼬 공동체 식구들 옥영경 2003-12-08 2731
6628 물꼬 식구들 숯가마 가던 날 옥영경 2003-12-08 2638
6627 용달샘네 갔던 날 옥영경 2003-12-08 2797
6626 대해리 바람판 12월 2일 불날 옥영경 2003-12-08 3090
6625 입학원서 받는 풍경 - 하나 옥영경 2003-12-08 2583
6624 새 노트북컴퓨터가 생기다 옥영경 2003-12-10 2535
6623 아이들 살림이 늘다 옥영경 2003-12-10 2694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