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따로 없었네.
오늘은 죽기 좋은 날, 죽기 좋은 날은 살기도 좋은 날,
날 좋은 날은 일하기도 좋은 날, 일하기 좋은 날은 놀기도 좋은 날.
벗이랑(학부모이자) 함께 물꼬를 향해 오는 길이었다.
또래라는 건 같은 시대를 관통했다는 것이고
단순히 개인사를 넘어 역사적 사건에 함께한 사람들이었다.
반백 년 넘고 보면 생에 대한 제각각 지닌 깨달음도 있을 만했다.
있는 얘기 없는 얘기들이 다 딸려나오고 있었다.
간밤 인천의 한 빈소에 들렀다.
마침 오늘 물꼬로 들어오기로 한 분 댁이 그 인근이어
야삼경에 깃들어 묵었더랬네.
내려오며 지인이 하는 홍차가게에도 들러 만발한 벚꽃 아래 차도 마시고
장도 보고,
동행인은 학교 아저씨를 위해 휴게소 호두과자도 샀다.
어느새 황간역에 주차해두었던 내 차에 이르렀네.
어제 오후 기차에 올라 상경했던.
작년 암투병을 했던 학부모였다.
다시 머리가 나고 있어 쓰셨던 모자는 내게 벗어주셨네.
햇발동 2층에서 잠시 숨 돌리시는 동안
공사 끝낸 시멘트먼지 청소를 또 한 차례 했다.
벌써 여러 번 했던 일이다.
미처 닦아내지 못한 선반도 그대로 있고,
다용도실 벽은 바닥도 맨몸이지만,
바닥을 쓸고 닦고 청소기를 또 돌리고.
먼지 닿였을 이불들도 이참에 다 끌어내
이어달리기처럼 빨래통으로 보내고 있다.
저녁을 먹고 올라온 햇발동 거실에서 아이에 대한 상담.
행동지침으로 마무리 되다.
1. 호흡 두 차례: 아이에게 말하기 전
날 것 그대로의 내 감정이 화살처럼 날아가는 걸 막기 위해.
2. 제안하기: 내가 결정한 걸 지시하는 게 아니라 내 의견을 제안하기.
그 말은 그가 내 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도 있음을 상정해야 한다는 의미.
3. 받아들이기: 그래도 우리는 어른, 오직, 오직 안아주기, 받아들여주기.
나 역시 우리 아이들을 향한 자세를 다시 생각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