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2일 불날 맑네요

조회 수 1361 추천 수 0 2005.07.20 12:06:00

7월 12일 불날 맑네요

옥천의 메탈 크레프트에서 농구대가 온다는 전갈이 왔습니다.
지난 번엔 축구골대를 마련해주셨더라지요.
그런데 주시는 분이 메탈 대표 이종순님인지 밥알 신동인님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받는 우리로서야 누구여도 괘한치만(괜찮지만)
어느 분 주머니인지 알아야 우리 아이들 커서 잘 갚으라 하지요,
"어, 땅 파야 되는데..."
희정샘이, 얼른 농구대 받을 준비를 해야 한답니다.
"나는 전기 손봐야 하는데..."
"저는 나가봐야 하는데요."
"그러면 내가 하지."
농구대가 1시 30분이면 온다 하였고,
남정네들이 급히 땅을 팠습니다.
낮 1시가 좀 넘어 농구대가 실려왔고,
아이들은 한국화 그리다가 환호성을 지르며 창문에 매달렸더랍니다.
"그럴 필요 없는데..."
"아니, 나는 신동인아버지가 농구대 오니까 땅 파야 한대서..."
희정샘이 멋쩍어합니다.
뭐 어데서부터 잘못 전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구뎅이 하나 엄하게 파졌고 메워졌답니다요.
히히, 농구대,
조오치요(좋지요).
축구골대도 있고, 학교 마당 같아진 게지요.
답례라고 아이들 손힘 잘 든 감자나 겨우 나눠드렸답니다.

불의 뒤끝이 깁니다.
상범샘이랑 삼촌은 황간 파출소 가서 목격자 진술조서를 쓰고
영동 경찰서에 화재사실 확인서도 받아오고
교무실에선 교무실대로 찾아온 파출소 직원이랑 시간 반 넘도록 건물주 조서도 쓰고 ...

오늘 밥상머리공연에선
류옥하다가 '바둑이와 고양이'를 부르고
혜린이가 피아노를 쳤습니다.
알아서들 잘도 짝들을 맞추네요.
어제보다 인사하는 것도 낫습니다,
공연자들이 더 나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솔솔찮게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물론 우리가 아는 아이들이라 그렇겠지요,
결코 객관적으로 볼 수 없는.
다른 어느 공연이라면 그리 손뼉 쳐댈 수 있겠는지요,
자꾸 자꾸 틀리는 노래와 피아노 소리에 고개 주억거리며.

검도는 배움방을 쓰고 있으니
요가깔개를 놓고들 공간에 맞춰 움직이고 있습니다.
하도 요란하기 한번씩 달려가서 보았다지요.
막는 법에 복싱에 고양이 낙법에...
김기석샘 정말 열심히 아이들 대하지요,
선생이 갖춰야 할 것이 그것 만큼 최고의 것이 있겠는지요.

어른도 아이들도 포도밭에 들어갔습니다.
포도봉지요,
커준 게 고마워 차마 떼어내지 못한 게 너무 많아
터무니없이 모자라게 된 봉지도 네 상자를 더 사야 했지요.
아이들은 팔이며 고개가 아파오자
슬금슬금 꾀를 피우기 시작합니다.
"채규꽃이 피었습니다!"
"아, 왜 그러냐고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바꾼 것입니다.
"하늘이 꽃이 피었습니다!"
"아니거드은."
술래가 우리 식구들을 하나씩 입에 올리면
무궁화들은 그의 특질을 한 목소리로 댓거리합니다.
"하다꽃이 피었습니다!"
"앗! 채규혀엉아아!"
어른들도 입에 올랐겠지요.
"열택샘꽃이 피었습니다!"
"(경상도어투로)니네 둘이 사귀나?"
"남순샘꽃이 피었습니다!"
"아, 얼릉 일해!"
"승현샘 꽃이 피었습니다!"
"예린이 갔어? 혜린이 갔어? 다 갔어?"
그럼, 저는 무엇이라 대답했을라나요.
"옥샘꽃이 피었습니다!"
"That's right!"
희정샘이 그럽니다,
우리 공동체에서 영어 쓰는 딴 사람 없으니 그럴 밖에 없다나 어쩐다나요.

정근이 형님이 망가진 컴퓨터를 교무실에서 얻었습니다.
령이며 아이들이 달라붙어 해부를 했지요.
"하나 더 없어?"
류옥하다가 열두 번도 더 교무실을 들락거립니다.
어찌나들 몰입하며 부품을 만지던지
멀쩡한 놈도 고장 내서 또 줄 판입니다.
한동안 또 저 바다에서 오래 출렁이겠구나,
역시 남자 아이들이 더 많이 관심을 보입니다.
자동차 정비를 배우던 첫 공부시간을 기억하지요.
차의 후드를 들여다보았을 때 눈시울까지 붉어지던 감동이
오랜 시간이 흐르고도 잊히지 않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머잖아 면소재지 임산의 '진승공업사'로 공부도 떠날 텐데,
기계류에 안면 익히는 좋은 시간이기를 바랍니다.

아이들은 바빴는데도 막둥이 규민이를 돌보고,
팽개쳐진 자전거를 넣고,
한국화 뒤 더러워진 세면대를 닦으며,
공동체에서 사람으로 살기 위해 스스로 손발을 열심히 놀린 우리 아이들
노래 소리 높게 곶감집으로 올라가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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