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시 잠이 깨다.

물꼬 스테이를 한 뒤로 한동안 이 흐름으로 눈이 떠지게 된다.

아래 마을에서는 마을 대청소를 하러 사람들이 모이고,

달골에서는 수행하고 마당에 내려선다.

차에서 간밤에 실어온 편백 마흔 그루를 내려

구덩이마다 옮겨놓는다.

하나씩 자리 잡아주고 흙을 덮고 물을 주고.

언덕 아래 검은 흙을 삼태기에 긁어와 구덩이에 양분으로 넣어주고

다시 흙을 덮고.

잔돌들이 얼마나 많은지.

준한샘이 지주대를 챙겨주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나 싶었던.

아직 가는 나무는, 일단은 홀로 섰으나 작은 바람에도 기울기 쉬울 게다.

케이블 타이로 묶어주고.

가장자리 따라 구덩이 서른아홉, 바깥에 한 개.

세상에! 구덩이 마흔에 맞춤하게 실어준 나무였더라니.

고마운. 기적의 한 순간이다.

사이집 마당 한가운데 집중수행하며 불이라도 피울 일 있을까 하고

그 자리를 둥글게 고르는 일이 끝날 무렵 빗방울 떠어졌다.

쌓인 잔돌을 삼태기로 집 옆 언덕 아래 수로 바닥으로 옮길 적에.

다 놓고 접기로 한다.

한 이틀 온다던 비였지, 아마. 고맙기도!

연장들을 씻어 넣는다, 장갑도.


나무 심고, 마침 비 내리는데,

비 내려야 비로소 쉬어지는 산마을로 무범샘 찾아들다, 먹을거리 상자 안고.

비와서 현장 쉬는 사흘을 물꼬에서 보내겠다고 온 그이다.

마침 물꼬에서 기다리는 일도 있었기.

봄 부추전, 달래장, 두릅나물, 묵은 김치볶음, 얼려둔 청양고추가 들어간 산골된장찌개, ... 

느긋하게 먹은 밥상을 물릴 즈음은 이미 밤이 깊다.

좋은 봄밤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76 1대 부엌 목지영샘, 3월 12-13일 옥영경 2004-03-14 2258
6575 3월 15-26일, 공연 후원할 곳들과 만남 옥영경 2004-03-24 2254
6574 KBS 현장르포 제3지대랑 옥영경 2004-03-24 2252
6573 노래자랑 참가기 옥영경 2003-12-26 2249
6572 [2018.1.1.해날 ~ 12.31.달날] ‘물꼬에선 요새’를 쉽니다 옥영경 2018-01-23 2245
6571 6월 17일, 쌀과 보리 옥영경 2004-06-20 2236
6570 '서른 즈음에 떠나는 도보여행'가 박상규샘 옥영경 2003-12-26 2236
6569 가마솥방 옥영경 2003-12-20 2234
6568 4월 21일 문 열던 날 풍경 - 넷 옥영경 2004-04-28 2218
6567 대해리 마을공동체 동회 옥영경 2003-12-26 2218
6566 3월 2일 예린네 오다 옥영경 2004-03-04 2203
6565 계자 열쨋날 1월 14일 물날 옥영경 2004-01-16 2202
6564 3월 4일 포도농사 시작 옥영경 2004-03-04 2201
6563 4월 10일 흙날, 아이들 이사 끝! 옥영경 2004-04-13 2200
6562 6월 14일 주, 아이들 풍경 옥영경 2004-06-19 2198
6561 입학원서 받는 풍경 - 둘 옥영경 2003-12-20 2198
6560 3월 4일 포도밭 가지치기 다음 얘기 옥영경 2004-03-09 2195
6559 2017. 2.20.달날. 저녁답 비 / 홍상수와 이언 맥퀴언 옥영경 2017-02-23 2189
6558 6월 14일, 유선샘 난 자리에 이용주샘 들어오다 옥영경 2004-06-19 2189
6557 글이 더딘 까닭 옥영경 2004-06-28 2185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