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꾸만 살고싶다

조회 수 876 추천 수 0 2003.05.28 19:46:00
새 책이 하나 손에 들어오기만하면,
일단은 무얼 말하고자 하는 거시기인지 역시 내 손에 잡힐때까지 열일을 젖혀놓고 파헤쳐야만 속이 시원한,
일종의 지식욕이자 정복욕이 강한-.

<나는 자꾸만 살고싶다>

부제가 이렇다.
-오일장 떠돌이 장수 안효숙의 희망통신

한때 시를 쓰기도 했던, 평범한 주부이자 무명시인.
시골의 정서와 대가족 안에서 막내딸로 자라 결혼을 하고 살던 중,
얼어죽을!
남편이라는 이가 <알콜 의존>과 <폭력>의 이름으로 가장 가까이 있는 가족들에게 휘둘렀겠다.
설상가상,
아이엠에프로 그나마 있던 작은 재산마저 홀라당하고,

행간을 보면,
이미 무기력해진 남편이라는 자는 삶의 의욕을 상실하고 횡설수설하던 중 외국으로 떠나고,
집도 절도 없어진 저자 안은 두 남매를 버팀목 삼아
홀로 서울살이의 버거운 돈벌이도 마다않고
흩어졌던 아이들 모아 다시 살아가게된다.

이 책은
저자 안이, 시골 오일장을 돌아다니며 동동 구리무 좌판을 하며 인터넷 통신에 글을 하나씩 모은것을 다시 책으로 엮은듯하다.

굶주림 앞에서 인간성 역시 거칠고 험해지는것이 인지상정인데
저자가 끝없이 동경하는 <가족> 이라는 화두는
이이의 삶의 전부이자 희망의 모체다.
좌판 한 귀퉁이에서 끝내 손에서 놓지않던 시집과 다수의 책들. 그리고 감수성들이 안효숙씨의
오늘을 더욱 빛나게 한다.

강무지의 때가 때인지라. ^^

읽어내려가며 여러가지 상념들이 교차한다.

가장 먼저는....

무언인가, 한국 사회를 구성하는 아주 큰 틀이 이미 낡았다는 느낌.
이미 사회는 급변하는 마당에, 전통적인 가족의 의미는 사회현상들을 받아안기에 너무나 허덕거리고 있다. 더군다나 시, 비, 옥, 석, 진의 를 따질 겨를도 없이 밀어닥치는 변화 앞에서
배운 정도나 가진 정도 따질것 없이
너무나 무방비하게,
너무나 무책임하게,

재빠른 변신!
아니면 피터지는 순종을 요구하는 것은 아닌지.

변신에 능한 개인주의자들로 인해 전세대인 부모들은 속에 골병이 들거나
한서린 순종으로 인해 젊은 세대, 젊은 가슴은 피를 토하고프다.
어디 말마따나....가부장제란 여성과 젊은이의 피를 빨아먹고 기생하는 제도라고 주변의 선배는 열변을 토한다. 동의한다. ^^


이미 이혼율이....3쌍 중 한쌍이랬나. 5쌍중 한쌍이랬나.
부부자체적인 문제를 넘어서 사회구조적인, 한국사회의 캄캄한 오늘이 아닌가 싶은데..
여성들의 힘과 의지가 분출하고,
젊은 세대들의 표현욕구들은 장유유서의 논리로 억압하기란 역부족이다.
장, 노년층의 철학은 이미 구닥다리로 취급받기 일쑤이고, 그들의 존재는 위태롭다.
둘러싸고 있는 정치, 경제 기반은 허약하고
대한민국의 개인들은 짊어진 짐이 너무 많다!

아, 내가 짚고 해결책을 제시하기엔 애시당초 무리다. ^^

일전에 희곡공부를 하며, 글쟁이로서 내가 무엇에 관심이 있는가를....정리한적이 있다.

<인간의 무의식에 가해지는 폭력성!>
물리적인 폭력은 일러무엇하리.

그런 관점에서 이 글을 본 다면, 저자인 안효숙씨는 거의 초인적 인간이다.
그러지않으면 폭력에 길들여진, 이미 무기력해진 개인이다.
(폭력으로 인한 사람들의 대부분이 길들여져, 존엄성과 존재마저 시간 속에 방치되고 있다는 점!)

하지만, 안은 일어선다.
그 힘은 무엇인가?
전통적인 <가족>의 의미를 희망삼아 남편을 기다리고, 아이들을 위해 헌신한다.
주변의 이웃들과 정을 나누고, 정직과 선을 행하며 산다.
결국, 복이란 것도 어찌보면 인간과의 융화에서 나올것이므로.

안은 절실히 기다리고 있다.
남편이 돌아와서 따뜻한 체온을 나누고, 자신이 꿈꾸던 안온한 가정이 꾸려지기를.

단언컨데,
안효숙씨는 이런 희망은 빨리 버리는 편이 더 희망적일것이다.
알콜과 폭력에 얼룩진 영혼을 그저 불쌍한 인간으로 거둘 생각이면 몰라도,
자신이 바라던 남편과 가족상은 일종의 신화라고 생각한다.

편지를 쓸까했다.

제발, 빨리 정신 차리시고....^^
좋은 남자 만나서 사랑하시고 여생을 행복히 보내시든가,
남편 돌아오면 알콜치료소에 보내서 과학적인 처방을 받으시든가
그렇지않으면, 애써 안정을 되찾은 두 아이와 당신의 인생은.........또다시 망가집니다.

책을 덮는 순간까지....솔직히 안타깝다.
저자는 말마따나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고 했지만, 그 희망이란 것이 밥물 넘쳐 꾸덕한 보풀모양 위태로왔다.

알콜 중독, 폭력.
이거 일종의 정신병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정신병에 대한 수준이 너무나 미미하고, 오히려 방치하는 순간
옆에 있는 멀쩡한 가족들의 해체까지 가져오는 경우, 아주 많다.
내가 조금 안다. ^^

가족들이 이해와 사랑?
안효숙씨는 아마 전보다 더한 초인적이고 기적적인 사랑과 희생으로
쌩똥 바가지로 싸며 고상고상,
사춘기의 아이들은 푹푹거리는 반항을 꼭꼭 묻어가며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질문을 가족이라는 이름과 맞바꿈한채 .....언제까지 버틸수 있을까?
제발, 지금 처럼 평화롭게 이웃과 사랑나누며 사는게 낫지, 어쩐다고 되지도 않는 희망을 가슴에 품는다는 말인가.

기적을 바랄뿐이다.

그렇지않으면
이 작은 평화마저 깨지지않고 오래오래 누리시길-.
알콜중독과 폭력이 되물림되어, 또다시 가슴에 못질당하는 일이 없기를-.



신상범

2003.05.28 00:00:00
*.155.246.137

일찌기, 옥선생님은,
'가족은 더워도 벗지 못하는 외투와 같다' 하셨지요.

저도 여전히 살고 싶습니다.
강무지 같은 아줌마가 계셔서 (호호호^^)

승아

2003.05.29 00:00:00
*.155.246.137

가족은 더워도 벗지 못하는 외투가 같다.
정말 좋은 비유예요 ^^

하지만.. 위의 경우 완전 벗는 건 불가능하지만(이미 서로의 머리와 마음 속엔 너무 많은 기억이 있을 것이므로),
슬며시 단추를 푼다던가 어깨에 살짝 걸친다던가 라도 해야 되겠지요.
아니면 완전히 추운 곳으로 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지도.

그렇게 위태위태한 평화는 모두에게 전혀 도움이 될 것 같지 않거든요.

오랜만에 와서 알듯말듯한 코멘트만 남기고 가네요 ㅋㅋ
가족의 의미.. 요즘들어 특히 많이 생각하는 부분인데,
담에 기회가 된다면 함께 얘기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

좋은 날들 누리시길..
저도 여전히 살고 싶어요- 그것도 아주 열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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