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출판 계획인 자녀교육서 초교를 수정하는 중.

달골 아침뜨樂 미궁에 풀을 매고,

마침 비 쏟아지기 창고동으로 들어가 바닥을 쓸고 가마솥방으로 이동.

새로 만든 정수기를 청소하다. 맥반석 깔고 마무리.

언제 적부터 과업이었던가!

파는 정수기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 손으로 만들고야 말리라던.

그리고 커피를 볶았다.

산골에 비 오는 날 바닥에 깔리는 커피향이라.

구석구석 유리 먼지도 닦았네.


14:30 초등학교 교사 셋, 커피와 쿠키를 들고 들어서다.

관내 초등학교 둘에서 물꼬 나들이를 계획하고 있다.

큰 학교와 작은 학교들의 교류가 목적이라지.

간단한 협의 내용을 인쇄해서 들어가다.

잠시 짬을 내 차만 마셔도 좋으리,

우산 들고 산마을을 걸어만 봐도 어찌 안 좋을까.

물꼬 한바퀴를 끝내고, 나들이를 협의하고,

달골 아침뜨樂을 걸었다.

잠시 마음들이 쉬었던 시간, 비가 온대로 좋았네.


이런! 밤, 원고 독촉이 왔다. 세상에!

문학지 하나에서 달초에 온 원고청탁이었는데,

청탁서에는 25일로 마감이 적혀있었는데,

달력에 표기하고도 구두로 30일 마감이라 들은 것만 기억,

원고 안 왔다는 연락을 받고서야, 아차!

이미 써두었던 원고를 보낼 것이라 한번 읽고 보내야지 하며 놔두고 있었던.

본의 아니게 편집자들을 바쁘게 만들었네.

어여 보냈다.

에세이 '여구한 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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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구한 밥



  밥을 벌어먹고 사는 일이 그리 쉬웠어야 쓰겠느냐, 

  한 어르신이 하신 이 말씀은 늘 허리를 곧추세우게 한다. 밥으로 사는 사람살이겠다. 사람 사이 숱한 싸움도 결국 그 밥으로 벌어지고는 한다.


  (...) 


  재작년, 사람들이 제법 빠져나가고 없을 무렵에야 팽목항에 들렀다. 세월호로 희생된 이들의 분향소를 나오며 유가족들이 기거하는 컨테이너를 흘깃 보았다. 마침 한 곳에서 인기척이 났고 문이 열렸다. 얼핏 싱크대로 보이는 곳에 커다란 양은인가 스텐인가일 들통이 보였다. 저것에 사람들이 뭔가를 끓여먹었겠구나. 그곳에서도 사람들은 밥을 먹었을 것이다.

  나는 산골 마을에서 도시인들이 찾아오는 행사를 여럿 꾸린다. 사람이 모이면 먹는 것과 자는 게 다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흔히 중심이 되는 행사만 보기 쉽지만 그것을 지탱하는 큰 힘은 바로 먹이고 재우는 일이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위대한 일들 이면에는 바로 그 밥 노동이 있는 것이다.


  일제 강점기, 패악스런 일본으로부터 이 땅을 지켜냈던 위대한 이름들을 우리는 기억한다. 끊임없는 투쟁의 긴 세월이었을 것이다. 남겨진 이름이 아니어도 자유와 해방을 위해 줄기차게 싸운 민중들이 있었다. 그들도 밥을 먹었고, 그 밥을 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 암울한 세월을 건너도록 했던 것도 결국 밥의 힘이었으리.

  뜨겁게 이념을 좇았던 파르티잔의 당면한 적은 지주나 미제국주의자가 아니라 거친 환경이었다 짐작한다. 추위과 전염병과 무기보급 실패도 있었겠지만 절대적으로 밥을 확보하지 못했던 때문이지 않았을지.

  80년 5월 광주의 역사를 생각하면 주먹밥을 뺄 수 없다. ‘스스로 질서를 유지하고 단 한건의 범죄도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 눈부신 시민정신과 드높은 자치정신을 발휘했다’는 그때, 너나없이 모여들어 솥을 걸고 밥을 지어 주먹밥을 뭉쳤다 했다. 항쟁의 힘은 밥의 힘이었다.


  어제도 먹었고 내일도 먹을 밥이다. 정녕 밥 노동의 가치가 대우받기를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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