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1mm 온다던 비였나.

비를 몰고 오는 바람, 먹구름은 있었으나 그뿐이었다.

오전에 일하고 오후에는 글을 쓰겠다던 계획은 또 계획에만 머문다.

사이집 앞 풀매고, 무덤가에서 잔디 좀 패와 심으려는 때,

조경 일하는 준한샘, 대해리 입구라고 연락이 왔다.

명리 하는 분과 나들이 가셨다가 들렀다는.

차를 내다. 늘 비싼 찻값이 되네. 준한샘이 잔디 주신다 한다.

팔기에는 뭣하지만

당신들 작업현장에서는 쓰는 거라고 나눠 드릴 수 있다는.

세 해전 아침뜨樂 미궁 잔디도 그렇게 왔더랬다.

잔디 사러 갔다가 얻어왔던.

미궁에 놓을 벽돌도 재활용 용도가 있으니 나눠주시겠다고

개수를 세보라지.

깐 걸 빼고 688개!

말이 재활용이라지만 도로에서 그것을 떼 낸 손들, 그걸 싣고 내린 손들이 한둘일까.

쉬 얻는다 싶어 미안함이 일었다.

언제 그런 일 있으면 손 보태러 가마 했다.

잔디는 내일 저녁답에 실으러 가기로 하다.


오늘 온 손님은 바위 기운이 강했다.

김천 어디서 암자를 짓고 수행하신다지.

암자 이름이 좋다 하니 왜냐 물어왔네.

"샘이 돌이니까!"

"어, 어떻게 아셨어요, 제가 돌인 줄?"

준한샘 전화기에 정말 그의 이름이 돌이라 적혀있었네.

하여 오늘의 만남도 필연이 되었더라.

물꼬에서 오래 수행하고 사니 거의 도사가 되어버렸더라는, 하하.


산에서 패왔던 잔디는 사이집 서쪽 둔덕에 깔고,

사이집에서 나온 돌들을 쌓기 시작했다.

오늘도 일곱 시가 넘어 산을 내려가네. 꽉 찬 마음.

사람같이 산다!


아, 오늘 재미난 일 있었네.

얼마 전에도 그런 일 있었다.

대전에 있는 물꼬 식구들 집에 들렀다 청소를 하던 중

클래식 FM을 들었지.

문자로 공연 신청을 하라는데,

마침 갔으면 했던 공연이라 내가 가야할 까닭을 몇 자 적어 보냈는데,

티켓을 보내겠다 문자가 왔고, 콘서트에 잘 다녀왔더란 말이지.

오늘은 풀을 매는데, 마침 첼로 앙상블 공연 소식이라.

장갑을 벗기 귀찮아서도 오는 전화를 내버려두었던 걸

장갑 벗고 문자 몇 줄 보내다.

선정되었다며 티켓을 보내준다네.

하하, 서울 예술의전당 다녀와야겠을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494 2009. 7.13.달날. 지난 밤 큰비 다녀가고, 두어 차례 더 옥영경 2009-07-30 2029
6493 2005.10.29.흙날.맑음 / 커다란 벽난로가 오고 있지요 옥영경 2005-11-01 2024
6492 2007.11.10.흙날. 썩 맑지는 않지만 / 지서한훤(只敍寒暄) 옥영경 2007-11-19 2022
6491 6월 28일, 그럼 쉬고 옥영경 2004-07-04 2021
6490 39 계자 엿새째 1월 31일 옥영경 2004-02-01 2019
6489 아흔 다섯 번째 계자, 6월 25-27일 옥영경 2004-07-04 2018
6488 12월 21일 불날 맑음 옥영경 2004-12-22 2017
6487 6월 15일, 야생 사슴과 우렁각시 옥영경 2004-06-20 2013
6486 2011. 1.22-23.흙-해날. 맑음, 그 끝 눈 / ‘발해 1300호’ 13주기 추모제 옥영경 2011-02-02 2007
6485 불쑥 찾아온 두 가정 2월 19일 옥영경 2004-02-20 2007
6484 10월 13일 물날 맑음, 먼저 가 있을 게 옥영경 2004-10-14 2006
6483 2008. 5.4-5. 해-달날. 비 간 뒤 맑음 / 서초 FC MB 봄나들이 옥영경 2008-05-16 2005
6482 2005.12.19.달날.맑음 / 우아한 곰 세 마리? 옥영경 2005-12-20 2003
6481 <대해리의 봄날> 여는 날, 2008. 5.11.해날. 맑으나 기온 낮고 바람 심함 옥영경 2008-05-23 2002
6480 대해리 미용실 옥영경 2003-12-26 2002
6479 2014. 7. 6.해날. 낮은 하늘 / 이니스프리로 옥영경 2014-07-16 1999
6478 6월 7일, 성학이의 늦은 생일잔치 옥영경 2004-06-11 1992
6477 125 계자 이튿날, 2008. 7.28.달날. 빗방울 아주 잠깐 지나다 옥영경 2008-08-03 1991
6476 2005. 10.23.해날.맑음 / 퓨전음악 옥영경 2005-10-24 1989
6475 5월 25일 불날, 복분자 옥영경 2004-05-26 1988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