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5. 6.달날. 맑음

조회 수 704 추천 수 0 2019.07.09 12:30:29


초미세번지 여전히 나쁨.

‘날씨가 뜨거운데요, 잔디에 물을 주면 좋을 겁니다.

해지는 시간이 좋아요.’

잔디는 여깄는데 멀리 있는 준한샘의 문자가 들어온다.

나눠준 잔디가 잘 살도록 마지막까지 정성을 다하시는 당신이라.


바깥에 사는 물꼬 안식구들도 낮밥을 먹고 빠져나가고,

이웃 농막 배밭네도 이른 아침 떠나고,

아래 펜션과 건너 야영장도 사람들 떠났다.

고즈넉한 달골, 조용한 학교.

풀을 뽑는다. 다시 뽑는다. 또 뽑는다.

어느새 이만큼 또 자란 풀이다.

푸른 생명의 절벽이 주는 싱싱함과 견고함을 맞서 손을 놀린다.

그런 경이는 경이고, 삶은 또 삶이다.

“풀을 꼭 뽑아야 돼?”

당신은 두시라.

사람의 영역이 필요한 데는 매고, 손이 못 가는 곳은 남는다.

뱀과 같이 살고 싶지는 않다.

무성한 풀 섶으로 발을 들이기 쉽지 않을 테다.

공간들 들머리는 찾아드는 이들을 위해서도 맨들하게 만든다.

명상정원 아침뜨樂 들머리 계단도 풀을 뽑는다.

벌써 한 차례 훑었던 곳이나

어떤 일에도 기죽지 않는 당당함처럼

혹은 밟아도 밟아도 짓밟히지 않는 존재로 5월의 풀들이 일어나 있다.

계단 위 성황당처럼 선 감나무 둘레도 풀을 뽑는다.

나이 들어 기진맥진한 그에게 힘을 모아주기 위해서도 풀을 뽑는다.

인물이 훤해진 감나무이다.

파르르 떨며 인사를 건네 오는 그이다.

풀은 그가 어쩔 수 있는 게 아니었을 것이니.


어제 심은 사이집 잔디에 물도 준다.

흙내를 맡을 때까지 돕고

차츰 물주는 간격을 벌이며 그들이 자연강우에 익숙하도록 도울 것이다.

그렇다고 마를 새 없이 주는 물이 답이 아니다.

마를 때가 있어야 한다, 신선한 공기가 닿아 그의 성장을 돕도록.  

하기야 이곳 삶이 어디 그를 내내 젖도록 할 수야 있는가.

또한 그렇다고 바쁜 때 지면만 적시는 건 해롭다 했다.

땅속 12cm 정도까지는 적셔주어야 한다.

여름이라고 풀만 왕성한 게 아니다.

심은 것들 또한 그렇다.

잔디만 해도 가뭄에 의해서는 쉬 죽지 않지만

어느새 번식한 풀들에는 아주 빠르게 잡아먹히고는 한다.

잔디를 들여다보면 허리 세운 곧은줄기와 엎드린 가는줄기가 있다.

띄엄띄엄 심어도 생육면적을 넓혀가는 선봉장이 곧은줄기다.

곧은 줄기는 질기다. 사람들이 심하게 밟아도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게 곧은줄기다.

죽은 듯 보여도 되살아나는 생명력이 거기 있다.

자, 그대도 나도 이 생을 살아내보자.

물을 흠뻑 준다.


곧 나올 자녀교육서 교정 원고가 편집자로부터 3장(전체 네 장)까지 오다.

다음은 내 작업이 더해질 일. 언제 보나...

날은 걷잡을 수 없이 흐르는 속에

하루 하루 남김없이 피고 지는 산마을 삶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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